-
-
어떻게 휘둘리지 않는 개인이 되는가
홍대선 지음 / 푸른숲 / 2018년 7월
평점 :
어떻게 휘둘리지 않은 개인이 되는가? 홍대선 푸른숲
철학. 취업에는 어려움을 겪는 학문이라 많은 대학교에서 사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취업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인기가 많은 학문이다. 직장인들이 등록금을 지원받으며, 월급까지 받으면서 다니는 대학원의 철학 관련 강의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활발한 토론을 위해서 수강 인원까지 제한할 정도다. 아니 도대체 철학이 어떤 학문이기에?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으로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철학을 배우면 사고력을 높여주고 세상을 보는 눈을 밝혀준다. 철학을 반드시 가르치는 프랑스의 예술이 발달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회사의 취직이 아닌 학자나 작가, 예술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좋은 학문이 바로 철학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과 근대 철학은 모두 우리 인간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신이 아닌 인간. 신에 대한 복종이 아닌 인간에 대한 사랑.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의심이 아닌 인간과 세상에 대한 경의(敬意). 즉 철학은 중세 신학에서 벗어나 신이 아닌 우리 인간을 학문이다. 어떻게 휘둘리지 않은 개인이 되는가? 이 책은 사람과 사물에 대한 의심에서 인간에 대한 경의로 나아가고 있는 흐름을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이다. 근대철학의 출발점이 된 의심의 철학자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스피노자의 자유와 개인을 거쳐 고등학교 대 윤리시간에 한번쯤은 들어 봤을 이름의 칸트와 헤겔로 이어진다.
칸트하면 외부의 권위가 아닌 내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권위인 내적 권위 즉 정언명령을 강조한 철학자로 유명하지만, 이 책에서는 삶과 일화로 그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칸트 그의 일생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평생 쾨니히스베르크에서만 산 학자가 대학에서 인기리에 세계지리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집 밖에서 최대 30km정도 이상을 나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높은 암기력을 바탕으로 철학과 지리학 이외에도 윤리학과 법학 등에 통달할 수 있었다.
변증법의 헤겔을 거쳐 이제 쇼펜하우어와 니체에 도달한다. 여기서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칸트, 헤겔, 니체, 쇼펜하우어 모두 독일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현대철학에서 독일의 철학과 사상은 절대적인 것이다. 일본의 철학자들이 쓴 책은 거의 모두 루소와 근대 이후의 독일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법을 지킬 때도 외부의 처벌이 무서워서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며, 내 스스로 원해서 그 법을 지켜야 한다. 칸트의 이야기 같지만 루소 이후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흐름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는 물론 고대 동양의 사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로 공자의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가 바로 그것이다.
다른 철학책이 딱딱하고 읽기가 어렵다면 이 책은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전개하였다. 딱딱한 이론 중심이 아니라 인물과 시대, 그 사람의 사상을 함께 설명함으로써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저자의 표현으로는 사는 법 또는 개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철학은 단순히 철학자들의 이야기 같지만 우리 인간사상의 발달과정이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나 자신 우리 인간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들은 철학을 접해보면 어떨까? 세상을 의심의 눈초리가 아닌 경의의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