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시작과 끝을 여닫는 대학·중용 옛글의 향기 5
주희 지음, 최상용 옮김 / 일상과이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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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시작과 끝을 여닫는 [대학 중용] 주희(최상용 해) 일상이상 


1279년 3월 지금의 홍콩 근처에 있는 애산에서 남송과 원나라가 최후의 전투를 치루고 있었다승부는 이미 원나라 쪽으로 크게 기운 상황에서 살아남은 송나라의 신하들은 이제 더 이상 가망이 없음을 알고 포로 되는 치욕을 겪으니 차라리 바다에 뛰어 들어 죽어서라도 송나라 사람으로 남고자 했다당시 남송의 마지막 황제 소제와 그의 스승 육수부도 그곳에 있었으니 이 전투가 바로 애산전투이다육수부는 전쟁에 한창이고 나라가 망하는 상황 속에서도 어린 황제에게 제왕학을 가르치고 있었으니 두 사람이 마지막까지 읽은 책이 바로 대학(大學)이다강의를 마친 후 육수부는 어린 황제를 안고 바다에 뛰어들어 송나라와 운명을 같이 했다아니 도대체 대학이 어떤 책이기에?

 

대학은 동양에서 군주의 지침이서이며사서삼경의 하나로 군주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수신제가를 위해서 읽은 책이다서양의 군주의 지침서인 군주론이 백성들에게 인()이 아니라 잔인하다는 평판은 신경 쓰지 말고 두려움을 주어 통치해야 한다고 가르친 것에 비해서 동양의 대학은 백성을 다스림에 앞서 먼저 자신의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옛날 천하에 명덕(明德)을 밝히려 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의 나라를 잘 다스렸고그 나라를 다스리려 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의 가정을 반듯하게 했으며그 가정을 반듯하게 하려 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의 몸을 닦았고그 몸을 닦으려 했던 사람은 먼저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했다.

 

서양의 군주론이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름들을 공평하게 대해서는 안 되며무력의 갖춘 집단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인 즉 무력집단을 통한 통치를 중시했다그러나 동양의 대학 등은 군에 의한 무단 통치가 아니라 학교를 통한 교육에 의한 교화를 중시했다.

 

서양의 사상만이 참된 사상이고동양은 사상은 이제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인가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서양만능주의에 빠진 이들에게 동양의 고전을 서양의 고전과 비교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그리고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보기를 바란다군에 의한 무단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학교를 통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이 책이 다른 책에 비해서 특징이라면 한자를 읽는 방법과 그 문장에서 한자의 쓰임과 역할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서 원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한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문으로 된 문장을 읽을 때 이런 실수를 많이 한다아니 이 글자는 이런 뜻이 아닌데이거 완전 오류이군그러나 거의 대부분 독자가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대학을 조선시대 수험서나 통치자의 지침서라군주의 덕목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쉬운데 부부형제소인배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즉 동양의 군주지침서는 군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원하는 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책이었다그러나 서양의 군주론은 금서로 지정되어일반인은 함부로 볼 수 없었다누구나 볼 수 있는 책과군주만 볼 수 있는 책이 점만 봐도 동양과 서양의 군주에 덕목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알 수 있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점이 있는데, 쉬운 상용한자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사람인()에 대해서 어떻게 배웠는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아마 사람은 혼자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인은 두 사람이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고 배웠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아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사람인은 그냥 사람의 옆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궁금하다면 갑골문자의 사람인을 확인해 보기 바란다. 이 책은 다른 책들과 달리 사람인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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