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천재다 - 사피엔스의 동반자가 알려주는 다정함의 과학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김한영 옮김 / 디플롯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는천재다 #디플롯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 #버네사우즈 #브라이언헤어 #서평단 #책추천 #북스타그램 #자연과학 #애견인 #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다소 난해한 의미 같은 이 말의 뜻은 프랑스어 L`heure entre chien et loup에서 유래된 말로 직역하면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의역하면 '모호한 경계'라는 뜻이다. 빛과 어둠이 뒤섞여서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에 사물의 윤곽이 흐려지고 저 멀리서 어슬렁거리면서 다가오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문득 이청준의 '소문의 벽'이 생각기도 하는 의미이다.

개와 늑대는 그 정도로 뿌리가 같고, 닮아있다. 그런 개와 늑대가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은 인간에 대한 친밀감, 즉 다정함을 통한 자기 가축화로 인한 변화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손에 꼽는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 다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가 '동물의 진화를 통해 보는 인류의 진화'에 포인트를 두었다면, 이 책에서는 온전히 '동물의 진화 과정과 그 이유, 그리고 흔적'에 포인트를 두어 결은 완전히 다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익숙함을, 어떤 면에서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정한것이살아남는다 에서 인류를 살아남게 한 '#다정함' 혹은 '#배타성'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면, #개는천재다 를 통해서는 생명을 보는 더 넓은 시각과 동시에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관대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제목처럼 책의 내용은 '개는 천재다'라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다만 여기서의 '천재성'이라는 개념은 책 서두에 드러나있듯이 모든 면에서의 천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떤 동물에게는 어떤 천재성이 있을 수 있다는 식의 가드너의 다중 지능 이론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그 중에서도 개에게 있는 천재성은 인간과의 교류 능력이다. 굳이 말하면 IQ도 그렇지만 EQ가 높은 동물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개는 인간과 협력적으로 의사소통하며, 목소리를 달리해서 자신들끼리도 의사소통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읽으면서는 문득 생각했다. 최근에 우리는 기술의 발달로 애완동물들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그런 기계가 출시되어서 큰 인기를 끌었었다.) 그런 부분에서도 분명 개들은 자신들끼리도, 혹은 인간과도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그런데 인간들은 애완견에게 왕왕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수술을 하거나 그런 장치를 씌우고, 빈번하게 중성화 수술을 감행한다. 물론 함께 살기 위해서 선택하는 차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개를 유아에 가까운 지능을 가진 존재들이라고 생각할 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너무 잔인한 일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당했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었다.(물론 반려견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닐 수도 있지만 입장을 바꿔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개들과 그렇게 공존하는 것은 너무나도 영민한 개라는 존재에게 너무나도 일방적인 고통을 주는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는 사람을 사랑하는데 말이다.

타고난 E'N'FP인 나는 어제 콩 한 알을 밟았다가 콩 한 알의 꿈에 대해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늘 우리 가까이에 존재하는 개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만 실험이 계속되는 구성이다보니 내가 개를 키우고 있었거나 혹은 이과적인 사고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면 좀 더 쉽게 책을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 책읽고 나눔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출판사 #디플롯 의 리뷰를 대충 쓰고 싶지도 않았지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은 입장에서 하나하나 비교해 따져읽느라고 조금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고백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나 이 책의 매력은 추상적으로 가지고 있던 감정으로 오해하며 살아왔을 법한 감정인 줄 알았던 것들을 과학적 실체로 환원해 증명해보이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인류애를, 더 나아가 생명애를 갖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약간의 걸림돌은 직역되어있어서 종종 다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인데 많이 많이 팔려서 2쇄에서는 조금 더 다듬어진 말들로 출간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들은 마지막에 몰려있는 컬러 페이지들의 개들 사진에서 스르륵 녹아버린다. 특히나 10장, 11장에서는 좀 더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서 좀 더 편안하게 읽기를 마무리하며 내가 생각해볼 문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다. :) 또한 많이들 언급한 것처럼 책의 전면 디자인이나 편집이 너무 예쁘고 눈이 편안하고 가벼운 종이로 만들어진 책 편집은 소장욕구를 막 불러 일으키기도 했으며, 책을 읽기 좋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평소 개를 사랑하는 애견인들에게는 물론이지만, 개나 애견인들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사람들에게 더욱 이 책을 추천한다. 그러면 당신도 아마, 받아들이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개는 천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