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9살에 아버지가 태평양 전쟁에서 사망하고 그 이후로 ‘아버지의 부재’가 자신의 문학 세계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으며, 자신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말한
바 있다.
결혼 후 장애가 있는 아들이 태어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 속에서 어렵게 키운 경험을 소재로 개인적인 체험을 써서 전후세대의 인권 문제를 파헤쳤다는 찬사를 들으며, 국내에서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통해 음악가로 성장한 아들 오에 히카리를 다룬 적이 있다.
이렇듯 평범하지 않은 다양한 삶이 그의 작품에 녹아 있으며,
『익사』는 오에 겐자부로가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는 소설이다.
『익사』의 주인공은 이미 오에 겐자부로의 예전 작품들에 여러 번 등장했던 작가의 페르소나 조코 코기토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익사 소설’은 코기토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소설가로서의 목표다. 그러나 어머니가
남긴 ‘붉은 가죽 트렁크’를 참고로 ‘익사 소설’을 집필하려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는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8번으로 소개되는 『익사』 읽는데 지루함없이 따라가게 된다 :)
"나는 나이며녀서 내가 아니다. 나는 그다. 아버지다. 익사한 아버지.
그리고 나는,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소설이라는 형식 안에서 내가 해야만 하는 모든 것은, 『익사』에서 끝냈다고 생각합니다.
젊었을 적부터 소설을 써온 사람이 일흔이 넘어, 소설이란 이런 식으로 쓰면 된다고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소설.
그것이 『익사』입니다. _오에 겐자부로
‘아버지의 죽음’ 뒤에 숨은 日을 고발하다 (출처: 세계일보)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오에 겐자부로는 일왕이 문화훈장을 주려고 했지만 “나는 민주주의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그는 일관되게 천황제를 반대해왔으며 평화헌법 9조 지키기 운동에도 매진해왔다. 이 소설에서 풍부한 인문적 교양과 만년의 깊은 성찰을 배경으로 일관된 신념을 설화적으로 녹여내는 거장의 무르녹은 솜씨를 만끽할 수 있다.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5/03/12/20150312003975.html?OutUrl=naver
우리 집에서는 부정되고 있던 아버지 의 익사가, 집 밖에서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었던 거지. p.35
그래서 히바리 노래는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이지만 어머니 시는 강 물 결처럼이라고 말해줬지요. 우리 어머니는 표절 같은 거 안 하신다고요. 우리 마을 사람들은 강에서 익사한 사람이나 살아났다 해도 한 번 홍 수에 떠내려갔던 사람들을 강 물결이라고 한다……p.33
오에 겐자부로의 만년 소설 『익사』는 그런 의미에서 1935년에 태어나 이른바 군국 소년으로 자랐고 그런 과거를 부정하는 `전후 일본` 칠십 년을 살아온 오에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과 현실 사이 디테일의 일치 여부를 떠나 오에의 일생의 테마였던 `인간 구원`과 `근대 일본`의 문제를 겹쳐놓고 고민하고 고찰한 소설인 것이다. p. 437 (해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