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모 레비같은 아우슈비츠에서 돌아온 사람의 책은 읽어보았지만 이만큼 다양한 전쟁사와 얽힌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개인을 영웅화하거나 비극을 강조하는 시선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큰 파도에 휩쓸려 서로 다른 운명에 처했던 개인들을 담담히 보여주고 있어 오히려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전쟁에서 살아돌아온 이들이 있다는 건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 내내 생사를 달리한 이름 모를 사람들의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승전국이건 패전국이건간에 혹은 가해자이건 피해자이건 상관없이 가혹한 운명에 쓰러져버린 영혼들. 종전 후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이름을 감추처야 했던 독일 여성의 이야기는 전쟁 이후에도 서로 상처주는 어리석은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악인의 생존 방법에 등장한 일본의 오카와 슈메이의 생존은 충격적이었고 2차 대전 후 치뤄진 전범 재판에 대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번역서가 아니라 우리 나라 작가의 책이어서 더욱 좋았던 책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물론 요즘은 번역이 훌륭해졌지만 그래도 국내 작가가 말하 듯 써준 글만큼 매끄럽기는 어려울테니까.)
굉장히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분야란 생각이 들었다. 암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회피해서 살아남고 과학자들은 다시 면역 시스템을 활용해 암을 죽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암이 왜 발생하고 어떻게 치명적으로 발전하는지, 기존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다른지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흐름을 끊지 않고 집중해서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쉽다곤 할 수 없지만 생명과학에 호기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지만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