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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피프틴 북다 청소년 문학 1
전앤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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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여름은 청명한 하늘을 그리고 손이 뜨거워질까, ⟪러브 피프틴⟫은 고민하고 좌절하면서도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장편소설이지만 203p 가량으로 짧다면 짧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여섯 명의 고민에 빠지면 짧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 슬럼프일까? 단순히 웃음을 잃은 걸까? 오후의 고민으로 시작된 ⟪러브 피프틴⟫ 은 가혜, 다미, 미르, 석기, 시진과 얽히고 설켜서 오후로 이어진다. 


    


    표지나 주인공으로 여겨지는 인물은 오후이지만, 가혜, 다미, 석기, 시진, 미르 시점도 같이 등장한다. 오후와 가혜, 석기는 곧잘 대화하고 다미도 같이 어울리지만 오후와 다미만 같이 놓이면 어색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들은 친구이고 서로 신경을 쓰지만 테니스 코트 위에선 경쟁 상대가 된다. 친구이면서 대전해야 하는 관계는 오묘하다. 모든 종목이 집중력, 체력을 요구하듯 테니스도 그 순간 어떻게 받아칠지, 힘을 얼마나 실어서 칠지, 아웃인지 인인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코트 위에서 친구를 마주쳐도 혹은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나타나도 자신이 나아갈 방향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고민하고 좌절하게 된다.

  그 흐름을 암시하듯 목차는 테니스 공이 튀어 오르고 있지만, 두 문단으로 나뉜 목차가 눈에 띄었다. 좌측에서 끝난 소제목이 "우리만의 전술"이라는 것 시작하는 소제목이 "테니스에서 0점은 러브"라는 걸 보고 각 여섯 명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보고 같이 이겨나가는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스포츠 종목을 주제로 한 소설처럼 뜨거운 열광을 강조하지도, 그렇다고 느슨하지도 않은 게 ⟪러브 피프틴⟫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재능이란 건 얼마나 유효한 힘일까? 우리는 살면서 한 가지를 붙잡으려고 하고 때로는 가지고 있던 걸 놓으려고 한다. ⟪러브 피프틴⟫은 오후의 경기 점수 0:15를 표현하는 제목이지만, 여섯 명이 시작하는 지점을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도, 확신을 가지는 것도 모든 걸 실행하기 이전에 그 밑바탕이 있다는걸, 그 안에서 펼쳐지는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단지 하나의 길만 있지 않다는걸, 개성이 다른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 아버지가 한 말인데. 흔히 일이 잘 풀리는 사람을 두고 운이 좋다면서 신이 도왔다고 말하잖아. 그런데 신은 승리가 아니라 패배에 개입하는 거래.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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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바닥 - 제44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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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끝없는 바닥⟫은 대형 은행 니토에서 벌어진 일련의 살인사건과 그 내막에 의심을 가진 주인공 이기가 파헤치는 내용이다. 추리소설을 떠올리면 탐정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기는 탐정도 아니고 관련 경험이 있는 비전문가도 아니었다. 니토 은행에 융자 담당으로 일하는 평범한 직원이다. 물론 그가 가진 환경은 평범함과는 살짝 거리가 멀지만 그렇다고 추리소설 마니아가 자주 접하는 인물상과는 다르다. 추리를 하기는 하지만 유능한 탐정, 경찰처럼 두뇌싸움이 두드러지지 않고 범인과 심리전을 벌이는 장면도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근 나가던 동료가 남긴 묘한 한마디, 그의 사망 소식은 앞으로 벌어질 내막을 암시함과 동시에 그 독특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은행이라는 배경은 돈을 대출하거나 입금하는 금융 업무가 많으며 범죄와 연관을 지으면 대다수 은행강도, 횡령과 비리가 나온다. 그 동료가 "너 나한테 빚진 거다?"라고 말을 남긴 이유는 뭘까? 주인공의 동료가 죽고 나서 드러난 죄목 '고객의 돈을 횡령하였다'라는 모순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1장 사인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건 주인공의 동료는 같은 대형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돈을 회수하는 일을 맡았다는 점, 둘이 서로 친하다는 점뿐이다.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무슨 기분이 들까? 당장 그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얼떨떨한데 횡령이고 범죄고 무슨 상관일까? 장례식에 참여하고, 정신없이 밀려드는 일을 처리하면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마치 속절없이 잃게 된 친구처럼.

주인공 이기는 융자 담당, 즉 돈이 필요할 것 같은 기업이나 사업자에게 가서 협상하는 직무를 가진 걸로 보인다. 그러나 동료이자 친구 사카모토가 갑자기 죽은 공석을 대신 맡게 된다. 일손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인수인계하면서 다시 이기는 곱씹어 보게 된다.





 '빚'이 말하는 그 무언가는 사카모토가 죽은 이유이자 은행이란 배경과 잘 맞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시민 입장에선 돈을 찾거나 빌리면서 단편적으로 은행을 이용하지만 그 은행도 다른 조직과 유사하게 혹은 더 엄격하게 상하관계가 나뉘어있다. 특히 돈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고객을 상대할 때도 협력업체나 상사와 교류할 때도 신경이 예민해지는 환경이다. ⟪끝없는 바닥⟫은 그 특징을 이용하여 알 수 없는 '음모'에서 오는 공포, 불안, 위험을 살린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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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한테 빚진 거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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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근대 국가를 규정할 새로운 군주의 탄생 클래식 아고라 6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김종법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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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주론과 함께 니콜로 마키아벨리를 파고들고 싶다면 추천!



역사의 매력은 하나만 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상생활과 인접한 심리학처럼 문화, 인식, 정치, 교육, 운동, 등 다양한 영역 속에서 역사가 있으며 그들의 발자취를 쫓으며 깨닫고 아는 과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이번에는 ⟪군주론⟫을 읽었다. 고전 혹은 정치학을 말하면 빠지지 않는 책이 ⟪군주론⟫이다. 비록 군주론은 역사보다는 군주가 나오며 피렌체 통치자였던 로렌조 데 메디치에게 헌정하였으나 저자 마키아벨리와 군주론 자체만으로도 역사 의의가 있다.

특히 번역을 맡으신 김종법 번역가님이 책 마지막에 배치한 해설(마키아벨리의 삶, 정치 역정, 저서, 정치사상, 정치학,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누구이며 왜 로렌조 데 메디치에게 군주론이라는 책을 헌정하였는지 그 당대 역사와 주요인물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책을 먼저 펼치면 서문에서 ⟪군주론⟫을 번역하게 된 과정과 번역가가 맞닥뜨린 어려움이 나온다. 아르테 출판의 의지와 번역가의 정성이 합쳐져 본 책은 토스카나어(=이탈리아어)로 작성된 판본이 원본으로 사용됐다. 라틴어 판본도 있으나 널리 읽힌 판본은 토스카나어로 쓰인 판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저자 마키아벨리가 살던 시대는 라틴어가 지배적인 언어였다. 14세기부터 16세기에 걸친 르네상스 시대는 고전에 대한 관심이 부흥하던 시기였으며 그 한가운데 있는 게 라틴어였다. 학자, 작가, 정치인, 등 교육을 받은 유럽인들은 라틴어에 능통해야 여러 지역, 국가 간 의사소통이 가능했었다.

마키아벨리가 이탈리아어로 집필하기로 한 결정은 관련 전문가나 당사자가 아니라서 추측만 가능하지만, 당시 추세를 반영한 선택으로 보이며 이탈리아어 판본이 유명한 이유도 라틴어에 능통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으리라는 추측이 들었다. 그들 모두 군주이거나 군주가 될 사람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군주론⟫은 꼭 '군주'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저술하고 로렌조 데 메디치에게 헌정한 책이기 때문에 서론 다음으로 저자가 그에게 바치는 이유, 이 책이 무슨 책인지 간략하게 설명하고 뒤이어 군주국의 종류와 군주국 건립방식을 비롯한 군주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한다. 읽으면서 머릿속 한편으로 이걸 보여줘도 됐던 거야?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조롱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런 내용을 쓴 계기가 궁금해졌었다. 처음 읽었을 때 군주에 관한 이야기라고 접했기 때문에 장엄하고 복잡한 무언가를 기대하기도 했다. 모국어가 아니라서 비르투나 포르투나 등 용어를 뜻을 알고 이해해도 내가 제대로 해석한 건지 몇 번이고 되돌아봤다. 그나마 답답함을 풀어 준 건 하단에 배치된 번역가의 각주 설명과 뒤이어 나오는 해설들이었다.

다만 내가 느낀 답답함, 호기심과 별개로 203p에 걸친 본편은 정치학이긴 해도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다. 단지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가, 그게 궁금했을 뿐이다. 오히려 3장 복합 군주국을 설명하면서 저자가 들은 사례는 납득할만큼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군주, 통치자가 정치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서로 그 당시 파격적인 내용으로 여겨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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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8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강현규 엮음, 김현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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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 사상을 읽고 싶지만 가볍고 빠르게 읽고 싶다면 추천! 공감할 내용이 많은 책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은 흥미롭다. 인용문처럼 인간, 세계를 탐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유명한 철학자가 주장한 내용은 난해하거나 복잡한 용어가 있어도 그 심오함이 사람을 끌어들인다. 특히 지금 유명해진 학자의 말이나 사상은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혹은 어떠한 울림이 있었기 때문에 더 사랑받는 것 같다. 문제는 그 즐거움을 탐독하기엔 내가 가진 시간과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확히 알고 싶은 마음과 가볍게 파고들고 싶은 마음이 다투었다. 그래서 조금은 한가한 시간에 ⟪니체의 인생수업⟫을 읽기로 했다. ⟪니체의 인생수업⟫은 표지부터 니체 얼굴이 있어서 빨리 읽어야 할듯한 기분이 들지만, 검은색과 초록색이 배치된 디자인이나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썼고 소주제가 한 쪽 내지 한 장으로 끝나는 형식이 편해 보여서 이 정도는 가뿐하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 내 착각이었지만.

  360 페이지는 상상 이상이었다. 한 페이지를 읽으면 또 다른 한 페이지가 있다. 여기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아니, 문제라고 할 수 있나? ⟪니체의 인생수업⟫은 6장으로 나뉜 전반적인 내용을 또 소주제로 나누었는데 마치 공부할 때 큰 단원, 소단원, 주제로 나눈 느낌이었다. 문제집과 다른 점은 아무리 잘게 쪼갠 소주제라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는 점, 정신 차리면 10장 이상 읽는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더 재밌어서 니체의 사상을 다 아우르지 못해도 왜 철학이 인기 있는지 이해가 됐다.

    길고 긴 목차를 보기 전 엮은이의 말은 어째서 철학이 인기 있는지 개괄적으로 말한다. 확실히 올해 상반기부터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철학 돌풍이 불었다. 유행처럼 돌고 도는 인기처럼 철학은 이따금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인간은 살면서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하는데 철학이 그 고민을 이해해 주니 내용이 어려워도 손이 가는 것 같다.

  또한 엮은이는 ⟪니체의 인생수업⟫은 니체 중기 이후의 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여러 의견들과 잠언들⟫, ⟪방랑자와 그의 그림자⟫, ⟪아침놀⟫, ⟪즐거운 지식⟫, ⟪선악의 저편⟫을 묶은 편역서이며 이중 현대인 삶에 도움 될만한 내용을 엄선하고 6장 체제 목차로 새롭게 구성하였다고 한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진처럼 철학은 단순히 불안, 고민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통찰력도 선사한다.

  가령 첫번째 사진 속 "대중은 밑바닥을 못 보기에 깊다고 두려워한다"라는 말은 단순히 이 문장만 들으면 무슨 소리인지 반문하게 되지만, 그 아래 줄글까지 읽으면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전자는 전문가 후자는 사기꾼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문가(깊은 것)는 그 주제를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한편 사기꾼(깊이 있어 보이는 것)은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즉 전문가처럼 보이길 원하므로 일부러 모호하고 애매한 어휘를 선택해 청중을 혼란스럽게 한다. 심오한 지식이 있다고 꾸며낸다. 하지만 대중은 밑바닥을 볼 수 없어 깊다고 두려워한다. 전문가는 일반인이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한 지식,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 일반인 입장에선 그 격차를 불편하거나 꺼려 할 수 있다. 반면 사기꾼은 모호하고 확신이 서지 않을뿐더러 속임수 전략으로 '불안함'을 이용하므로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 알지 못해 이용당할까 봐 두려워하게 된다.

  뒤이은 사진도 한 번 훑을 때는 공감하게 되고 바로 이해되지만 철학이 말하는 의미를 살피게 되면 즐거우면서도 깊게 생각하게 된다. 이 점이 철학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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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와 빵칼
청예 지음 / 허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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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미스터리, 현실성이 녹아든 장편소설, ⟪오렌지와 빵칼⟫은 표지 색부터 많은 생각을 준 책이었다. 왜 빵칼일까? 인용한 문장에서도 빵칼은 오렌지를 썰 수는 없지만 쑤실 수는 있다고 쓰여있다. 오렌지는 비슷하게 생긴 귤과 달리 껍질이 두껍고 크기도 크다. 전용 칼이 나오기도 했지만 손톱으로 깔 수 있는 품종이 더 흔하다. 단지 빵칼은 울퉁불퉁하고 오렌지 전용 칼은 일반 식칼처럼 둥그스름해도 날카롭다. 그래서 가정용 식칼로 꼭지를 둥그렇게 따거나 윗면을 자르고 옆면을 두께만큼 잘라서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빵칼로 쑤시면 맞지 오렌지 과즙이 터져 나온다. 광고로 나오는 오렌지는 상큼하고 시원한 이미지인데 실제로 과즙은 온도마다 차갑거나 미지근할지언정 상쾌하지 않고 좀 끈적거린다. 빵칼로 여러 번 쑤시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

왜 작가님이 다른 과일이 아닌 오렌지를 쓰셨는지 모르겠다. 오렌지가 가진 상큼하고 활기찬 이미지 때문일까? 과거 오렌지가 쉽게 먹을 수 없는 과일이었기 때문에? 이유는 모르지만 이 오렌지가 사람을, 오영아를 비유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오영아, 유치원 교사고 잘 웃고 잘 배려하고 잘 참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친구, 남자친구, 유치원 원아가 나오지만 이 인물, 사회 속에서 영아는 자신을 억압해왔다는 거다. 이걸 억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사회생활하면서 남이 피해를 보지 않게 내 행동, 언행을 바꾸고 생각을 달리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회는 결국 사람과 사람이 얽히는 장이고 거래란 원하는 사람이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다. 오영아는 친구가 옳고 남자친구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주인공의 일상 속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를 감당하고 우는 아이를 달래는 일은 뺄 수 없게 됐다.

  친구처럼 사회를 바꾸는 청원에 동의하고 친환경 활동을 지지하고 그 올바름을 배우려고 하지만 그게 정말 오영아가 바란 거였을까? 힘든 상황에서도 어머니를 부양하고 일하고 자신을 챙기는 남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건 문제일까? 참지 못하는 난 이상한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미소? 자유? 그게 뭐든 나쁜 사람이 됐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주인공의 독백, 대화, 행동을 보면서 어떤 상황이든 오영아는 자기 자신을 통제해 왔다는 걸 느꼈다. 남을 바꾸기보단 나를 바꾸는 게 편한 사회를 적응하려면 자신을 깎을 수밖에 없다. 마치 면접을 보기 위해 내가 적합한 인재라고 피력하듯이. 잘 하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건 당연한 마음이다. 우리가 불안을 안고 사는 것처럼 완벽 혹은 이상을 좇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인데 왜 즐겁지 않을까? 왜 난 저들처럼 착해지지 않을까? 또 뭘 해야 할까? 달라지면 나을까? 착해질까?


  우리는 왜 희생할까? 옳음을 쫓지 않으면 왜 바보가 되고 나쁜 사람이 되는 걸까? 모두 같지 않지만, 차이는 간단하다.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우리는 태어날 때 조금만 걸어도 칭찬받고 벽에 크레파스로 낙서해도 천재 소리를 듣기도 한다. 아기의 장난으로 생각해서? 천재가 태어났다는 기대 때문에? 이유는 모르지만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곤 가족, 친구, 사람들은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수용해 준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그 수용이 사라진다.


    "왜 그 정도도 못해?"


  날 위했든 아니든 한곳에 몰린 비난, 지적은 혼란스럽게 만든다. 원래 하던 방식으로는 칭찬받을 수 없고 수용 받을 수 없으니 새로운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부모님이 좋아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공부하기 싫지만 공부하면 돈 주고 칭찬하는 부모님을 생각해서 공부하는 아이나 화장을 잘하고 운동을 잘하면 좋아해 주는 친구들을 보고 더 노력하는 아이나 다른 사람에게 수용 받으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렌지와 빵칼⟫ 속 오영아가 친구가 말한 옮음을 실천하기 위해 청원에 동의하러 다니고 친환경 소재를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그 예다.

  타인에게 거부당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좋지만, ⟪오렌지와 빵칼⟫은 오영아가 뇌 시술을 받으면서 우리 일상에 드러나지 않은 억눌림과 수용 받고자 하는 마음을 꼬집어낸다. 뇌 시술은 그 수용 받고자 하는 부정적인 자기개념, 즉 통제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이 책은 도서를 제공받고 읽은 뒤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내가 싫죠? 오늘부터 확실히 싫어해도 돼요" - P121

다시 한 번 되새김질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애인, 좋은 친구, 좋은 교사, 좋은 사회구성체.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야만 했다. 원래의 나로.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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