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여신 - 사납고 거칠고 길들여지지 않은 여자들의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외 지음, 이수영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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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기대한 작품이고 그 이상을 돌려 준 책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제목만 봤을 때 두근거렸다. 사실 여신이라는 표현은 좋아하지 않는다. 여고생, 여작가와 같이 여-라는 접미사를 붙인 칭호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남중생, 남고생, 대생, 남작가, 남류작가, 남의사, 남박사, 남기자, 남배우, 등 남자 혹은 남성을 뜻하는 남- 접미사를 붙인 호칭은 거의 없다. 그래서 여신이 아닌 신이라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했는데, 표독스럽게도 남자들은 여성이 가진 모든 걸 시기 질투하여 가지려고 하기에 신도 맞고 여신도 맞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살면서 남자는 가진 게 없는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빼앗으려 한다.

  이번에 읽은 ⟪복수의 여신⟫은 여성을 향한 멸칭에 맞서 자신이 가진 언어로 녹여낸 열 다섯편의 이야기를 수록한 단편집이다. 15편, 많다고 하면 많지만 모두 다 읽었을 때 부족했다. 나는 더 많은 걸 읽고 보고 싶다. 이 책을 세상 밖으로 가져온 작가님들과 비라고 출판사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서문이 인상적이었다. 비라고 출판사가 어떤 의미를 가졌으며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지금 내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여성을 위해 쟁취한 권리를 내가 가벼이 사용하는 게 맞을까, 그들이 가져온 것을 누리는 건 맞지만 나 스스로 생각하여 나 또한 그들처럼 살아야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책 소개글을 발견했을 때 모든 작품을 보고 싶었지만 꼭 읽고 싶은 단편도 있었다. 읽으면서 단편이 가진 매력도 알 수 있었다. 아니 매력을 넘어서 본받고 싶은 점이 많았다. 그중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님이 집필한 ⟪뜨개질 하는 요물들⟫ 과 엠마 도노휴 작가님이 집필한 ⟪가사 고용인 노동조합⟫ 을 소개하고 싶다.

  


    제목만 봤을 땐 내용을 연상하기 어렵다. 요물이란 단어는 의미를 생각하면 달갑지는 않지만 각별한 일이 있어서 내용과 정말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화자는 세이렌, 흔히 뱃사람들을 유혹하고 파멸로 이끈다고 자주 언급되던 그 요물이다. 주인공은 '경계의 존재들 뜨개질 모임'이 결성된 과정과 그 가입 자격을 언급한다. 인상적인 건 화자 입을 통해 다른 신화 혹은 동화, 우화 속 존재가 언급된다. 즉 여기서 말하는 경계의 존재들은 세이렌과 같은 존재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째서 그들이 모임을 가지는 걸까, 그 모임이 뜨개질 모임일까, 단순히 그들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만날까? 사실 이름 뒷면에 당연하게 생각한 여겨온 것들, 즉 누군가 만들어낸 허상이 숨겨져 있다. 가입 자격을 언급할 즈음, 왜 이들이 이토록 토론하며 모임을 가지는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존재한 인물이라 하여 더 호기심을 가졌지만, 사실 진취적인 여성이라는 말에 먼저 이끌렸다. 뒤늦게 이런 분이 있었는데 내가 몰랐다는 게 놀라웠다. 2차 대전은 역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귀에 익은 말이 됐다. 그 당시를 떠올리면 누군가는 파멸, 몰락, 향락이라 말할테고 누군가는 사회복지가 발전한 시대라고 할 수도 있다. 무언가 있었다면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생각하지만, 가사 고용인 노동조합을 떠올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우선 나는 아니다. 그래서 읽고 싶었다.

  주인공 캐서린은 최초로 하녀노동조합을 창설했고 약혼자도 그걸 자랑스러워하지만 무언가 석연치않다. 마뜩잖다. 왜 그럴까? 고민하지 않고 어느 정도 느낌이 오기는 했지만 그걸 깨닫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캐슬린 올리버는 본명을 아는 이가 없어 직접 고른 이름이다.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고른 게 멋졌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경고한다. 이 책에는 사나운 글들이 모여 있따. 여성독자라면 각오를 하시길. 고삐는 단단히 매셨나? 신경질은 가라앉혔고? 남편에게 허락은 구했는지?
믿기 힘들겠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인 19세기 말에도 독서가 여성에게 해로울 수 있다는 관념이 꽤 흔했을 정도니, 나는 경고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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