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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1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평점 :
처음 제목을 봤을 때 불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표지만 봤을 때는 신화나 설화가 가미된 동양풍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상처는 칼이 된다는 말이 와닿았다. 단순히 새벽 감성으로 좋아하나 생각했지만 장장 칠백 쪽을 넘는 이야기를 읽었을 땐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되는 말 같았다.

제목과 표지 그리고 몇 가지 문장이 눈에 띄었지만 다 읽었을 때 눈에 들어온 건 목차였다. 1권만 본 거라서 확답할 수는 없지만 1부, 2부는 '마음'으로 끝난다. 이걸 깨달았을 때 상처는 칼이 된다는 말이 왜 신경 쓰였는지 이해됐다. 줄거리를 읽었을 때는 어떤 설화, 신화가 우후죽순 나와서 싸우고 그 판에 휘말린 주인공이 활약하는 걸 상상한 내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부끄러운 만큼 기대 이상이었다.

절박함을 암시하듯 첫 장부터 소원을 이루어 주겠다고 누군가 말한다. 한눈에 봐도 웅장한 분위기를 넘어서 가볍게 답할 상황은 아니었다. 이 소년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궁금했다. 절박한 순간까지 떠올릴 만큼 간절하다면 아무리 주변이 괴이한 것들로 넘쳐나도 기대어볼 만하지 않을까.
주인공은 소년, 즉 수호이다. 수호는 오른손이 불편하고 아버지가 학대하는 가정이다. 아버지는 늘 비난하고, 멸시한다. 그 시간이 오래됐는지 수호는 반박하는 게 아닌 도망치는 걸로 시작한다. 추운 겨울이라서 표지 속 그대로 옷을 입었다면 꽤 추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그 상태로 나가라고 하면 절대 못한다고 말할 만큼 추위가 싫은데 살기 위해 도망쳤으니 오죽할까. 라는 심정이 잘 느껴졌다.
수호가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했을까. 도망쳐야 할까 맞서야 할까. 누군가는 도망치지 말라고 말할 테고 누군가는 맞서는 게 제정신이냐고 할 거다. 특히 내가 읽었을 땐 수호는 이전에 맞선다는 선택지를 떠올리지 못했으니 그 생각을 떠올려도 대응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전해 본 사람만이 도전한다고, 장대하게 느껴질 아버지의 힘에 맞서는 거 자체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힘 대 힘으로 싸우지 않아도 싫다고 말 하나 꺼내는 것도 저항이지만 말도 해야 늘어나는 법이다. 추운 겨울 도망치는 수호 마음속으로 이길 수 있다고, 약점을 찾으라고 말해도 단번에 믿기 어렵다. 그러나 깨달았다면 달라질 수도 있는 법이다. 그걸 보여주는 게 같았다.
욕망 혹은 소망을 뜻하는 카마는 이질적일 뿐만 아니라 양날의 검처럼 보였다. 소원을 빌고 난 수호는 자신이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모르지만 카마는 안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사라지지 않길 원하므로. 수호와 자신을 동일하게 여기는 점에선 도플갱어처럼 느껴졌다. 자세히 보면 그렇지는 않지만.

수호가 사는 동네나 지명을 보면 현실에 존재할 거 같다. 수호가 처한 상황이 남 일 같지 않아서 더 현실감이 있지만, 사람마다 다르게 묘사된 심소 또한 불교나 힌두 신화 등이 가미되었어도 이질적인 느낌을 줄이는 요소 같다. 사실 마음에서 나와 내가 싸우는 생각이나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듯 아프다는 말처럼 이런 상황을 상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상처가 칼이 된다는 것도 달리 표현하면 우울함, 분노, 외로움을 어떠한 예술이나 무기로 치환하는 과정은 현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사바삼사라 서⟫ 는 멸시를 당했던 수호가 '나는 하찮은 놈이다' '쓰레기다'는 생각을 했어도 그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그 과정이 좋았다. 무언가를 깨닫기는 어렵다. 더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란 남이 말해 주어도 자각하기 어렵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행했다고 하지만 사실 다른 욕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고려하기 어려울뿐더러 그 마음을 깨달아도 인정하기 어렵다.
뒤이어 나온 독특한 소녀와 그 소녀와 관련이 있는 여성을 통해 카마가 무엇이고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들으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듯하지만 자신을 멸시했던 아버지, 즉 자신이 가져온 생각이 자신을 좀먹고 있었다는 걸 천천히 스스로 깨닫는 구조가 좋았다.
이와 별개로 조금 더 감상을 담자면, 두억시니가 강렬하게 등장해서 좋았다. 두억시니는 둥그렇고 탐욕이 강하다는 이미지와 함께 이런 설화 속 캐릭터로 나오면 비중이 약하거나 적다고 느꼈는데 한 번에 해결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살아남아서 골치 아프다는 점이 좋았다. 물론 두억시니가 가진 의미가 있으니 그럴 수 있지만 불교와 한국 요소가 들어가서 더 인상적이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기는 진의 마음이야. 그러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일까?" 수호는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아난타의 시선을 따라갔다.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 쏟아지는 햇살, 대기권 너머로는 우주라도 펼쳐지 있을 것 같은 하늘. "네 마음 안에 들어갔을 때를 생각해봐. 그 마음은 다 ‘너‘야. 그러면 그 마음 안을 돌아다니는 ‘너‘는 뭘까? 지금 네 몸 말이야."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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