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생 순정만화 X SF 소설 시리즈 2
듀나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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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눈길을 사로잡은 건 '순정만화 X SF 소설'이라는 소개였다. 결이 다르게 느껴지는 단어의 조합이었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말한 것처럼 내가 보고 싶었던 모습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런 상상을 했다. 1999년과 2023년. 태어난 당시 각자가 마주한 상황도 다르고 해야 할 일도 달랐을 텐데 어떻게 달라졌을까? 1999년생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영향을 중점적으로 보고 싶었다. ⟪1999년생⟫ 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찾을 수 없었지만 친절한 설정 소개란에서 주요 인물과 ⟪1999년생⟫ 줄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개괄적이어서 어떤 느낌인지 파악할 수 있었고 ⟪2023년생⟫ 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1999년생⟫ 을 리퀄한 작품이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본 책 제목은 ⟪2023년생⟫ . 두 숫자가 주는 의미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주 화자는 비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오묘함을 느꼈다. 서두에 인물 소개로 본 크리스가 등장했을 때 조금 많이 매우 감탄했다. 비키가 크리스를 소개하는 대목도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이런 독특함은 ⟪2023년생⟫ 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다.

  설정 같은 소개를 제외한 ⟪2023년생⟫ 도입부는 SF 소설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감탄했다. 비록 비행접시, 폭격기, 현재 상황을 바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 긴박함은 잘 느꼈다. 주된 내용은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외계인과 대항하는 내용이었다. 전쟁이 늘 그렇듯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무서운 것 같다. 인류 90%가 죽었다니? 실제로 일어나지 않아서 피부로 와닿지는 않지만 수치로 환산했을 때 그 절망을 다 담아낸 무거움이 있었다. 개그로 나오기도 하는 외계인도 있지만 여기선 미지의 존재처럼 그들이 왜 인간을 흉내 내고 인류를 공격했는지, 대체 무슨 생각을 가졌는지 알기 어렵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2023에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 중 가루다 팀이 주연으로 등장하는데 팀 이름부터 각 구성원이 가진 이름도 신경이 쓰였다. 우선 가루다, 이건 인도 신화 덕분에 곧바로 의미를 알아챘다.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조라는 걸 떠올리면 새가 가지는 상징 의미도 떠올릴 수 있지만 복잡한 새로운 단어보단 이 집단이 어떤 정체성을 가졌는가를 표현하는 대목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에스퍼, 그중에서도 사이코키네시스를 모두 사용할 줄 안다. 텔레파시, 텔레포트도 가능한 이가 있지만 사이코키네시스로 비행을 하거나 보호막을 펼치는 모습과 가루다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이런 의미만 있지는 않겠지만 얼마나 듀나 작가님이 신경 쓰셨는지 잘 느껴졌다. 두 번째 사진 속에서 밤의 마녀 이야기가 나온 부분도 좋았다, 여러 나라 여성이 참여했다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각자가 겪어온 환경이 달라서 그럴 수 있지만 박사님을 포함해 각자가 가진 견해도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였다.






    책 소개로 보면 이전 세대와 현제 세대가 다르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사진처럼 밖에선 '반신'이라고 홍보하지만 상당수가 힘만 센 개자식이라고 한다. 뒤이어 '순교자' 유형도 있다고 하지만, 재앙과 위기를 막을 때 동원되는 청소년, 그들이 가지고 태어난 특이한 힘(초능력)을 뒷받침하는 내용 중 하나라고 여겼다. 도중에 몇 번 언급한 거 같지만, 과거 소년 십자군을 내세우는 일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 부분을 생각하게 됐다. 동시에 여기서도 빠지지 않고 남자팀이 같은 지구인 동료에게 성범죄를 했다는 사실이 참, 온갖 비속어가 나왔다.

  ⟪1999년생⟫ 과 이어지는 크리스와 제임스, 자헬, 등 관계도 다룬 점도 좋았지만 ⟪2023년생⟫ 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실을 하나하나 엮어서 옭아맨 것처럼 그 상황을 보여 주는 게 느껴진 소설이었다. 고래와 해양 생태계 등 작가님이 시사하는 의미를 되짚어 보며 읽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비키는 눈을 가리는 바닷물을 소매로 닦아내며 옆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는 칼라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물었다.
"캡틴은? 캡틴은?"
칼라는 공허하게 뜬 커다란 눈으로 비키를 올려다보았다. 그 얼굴을 적시고 있는 건 바닷물만이 아니었다. 2042년 12월 7일 일요일 코스타구아나 표준시간 오전 1시 24분, 가루다 팀은 캡틴을 잃었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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