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비해 현재 불교는 진입장벽이 낮아진 느낌이 든다. 느낌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값이지만, 일반 대중도 열반, 해탈, 나찰, 마라, 마애불, 등 단어를 알고 있거나 쓰는 경우, 지난 4월 개최된 불교 박람회가 열띤 호응을 얻은 점을 미루어 보건대 지루하고 답답한 이미지를 탈피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모르는 노력이 부단히 있었을 거라 생각하여 더 말을 얹지 않겠지만, ⟪불교사 다이제스트 100⟫도 그 요인 중 하나가 될 거라고 보였다.
⟪불교사 다이제스트 100⟫는 불교 (역) 사+다이제스트+100으로 지은 것 같다. 다이제스트라는 용어는 낯선데 짧게 요약했다는 뜻으로 본서 초판이 되는 ⟪불교사 100장면⟫과 마찬가지로 불교 역사를 짧게 요약한 책 같다. 초판을 보지 못했으나 재출간한 데엔 불교가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강하고 그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는 두 가지가 작용했을 거라고 추측해 본다. 이를 뒷받침하듯 ⟪불교사 다이제스트 100⟫는 30년간 축적된 연구를 참조하여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실히 시각 자료도 포함하고 있다.
아래 사진처럼 ⟪불교사 다이제스트 100⟫은 꽤 방대한 역사를 담고 있어서 빠짐없이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역사를 살필 수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 사람이 살아온 일생처럼 불교사는 다사다난했다. 소주제 1~8까지는 불교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살펴본다. 불교라는 단어를 들어봤다면 알겠지만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된 종교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난데없이 찾아온 전학생인 셈이다.
각 주제마다 고민해 볼 내용이 있었지만, 교과서로 배우는 불교 외 다른 면을 보여 주고 있어 불교가 한반도에 전파된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가닥으로 보였다. 각 왕 모두 전성기이거나 근접한 시기 왕인데 국가로 발전하고 유지하기 위해선 민중을 지배할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저자가 설명한 내용을 참고하면 당시 재래 신앙은 그 지배와 지위를 신성하게 만든 사상적 도구 기능이 약화됐고 그다음 대안으로 선택된 게 불교라는 걸 알 수 있다.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모두 동시대에 존재한 국가이자 일련의 역사이지만 '왕권 강화'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부분이 가장 오묘했다. 네 국가 모두 세력을 키워서 국가가 됐다는 걸 고려하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고 문헌에 기록되지 않았을 뿐 인접한 영토 내 개인 및 사회요인으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또 눈여겨 볼 점은 아래 첫 번째 사진 속 발해불교이다. 두 번째 사진 속 고려불교와 달리 발해는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한다. 훈요 십조는 고려 태조가 후손에게 남긴 열 가지 가르침이다. 항목에 나온 팔관회, 연등회나 1조 내용을 통해 불교를 받아들였으나 국가적 통제 입장이었다는 내용처럼 알려진 바가 많지만,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했기때문인지 건국 초기부터 흥성했다는 건 추측할 수 있다.
처음 읽었을 때 불교사를 한 번 훑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간략하게 한 번 읽고 인과관계를 위주로 다시 한번 더 읽었다. 기틀을 잡았던 고구려, 백제, 신라는 각 국가 전성기 때 불교가 공인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교 공인을 비롯한 정비가 있었기에 전성기를 맞이한 거라는 생각도 든다. 물자, 영토 다음으로 사상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했고 논리적으로 신분 차이를 비롯한 통제를 정당화할 수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였다.
다만 저자가 설명한 고구려불교와 백제불교를 통해 알 수 있듯, 당시 불교와 지금 불교는 사뭇 다른 점이 있다. 그 흐름을 집중해서 읽어도 불교가 발전한 과정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