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걷는 여자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6
메리 피트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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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묘지와 초라한 묘지에 얽힌

50년 전에 일어난 미스터리


여자가 오고 난 뒤에 비극이 시작되었다.

시골마을 대저택에 오게 된 아름다운 여인, 메리 데이질. 

그녀가 오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던 그곳에 비극이 들이닥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존재 만으로 쏘아올린 갈등과 죽음. 

타살인지 자살인지도 모르는 채 

미제로 남아버린 그 사건의 진실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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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도 경찰도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알게되는 그 날의 미스터리


이야기 속, 첫번째 비극이자 사건은

책을 절반 가까이 읽었을 때 비로소 나온다.

그리고 그때부터

놀라울 정도로 몰입되어 읽는 속도가 붙는다.


목사 부인에 의해 전해듣는 이야기는

메리 데이질이 저택에 오기 직전의 시점부터 시작되기에

초반부터 사건이 몰아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메리 데이질, 랠프의 관계

린디와 애런, 그리고 존의 관계

레너드와 루시의 관계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은 크게 7명이지만,

그 중심엔 메리 데이질이 있다.


그녀가 집에 오는 순간부터 모두를 홀려버렸다고 믿는 린디.

그녀의 추측대로 아버지 랠프가 사랑을 고백하고,

린디의 약혼자였던 존 마저 메리를 좋아한다며 친구인 레너드에게 털어놓는다.

결혼을 파토내기 위해 메리에게 접근했던 레너드 마저 사랑에 빠져

믿을 수 없는 선택을 했을 정도이니 그렇게 믿을 수밖에.


두 번째 사건까지 벌어지며

이야기는 종착역을 향해 가는 듯 했는데,

50년이나 지난 이 시점에, 린디에 의해 그때의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그들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건 대체 뭐였을까.


메리 데이질?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 아무것도.

그녀에게 반해 사랑을 고백한 건 랠프였고,

그 선택이 못마땅하여 방해하려 한 건 레너드였다.


린디와 애런은 이야기의 중심에 있긴 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얽힌 '존'으로 인하여

메리에게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메리가 왔기 때문에,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건 그녀 때문이었을까?


외로운 마음에 작은 불씨를 붙일

누군가로 인하여 일어난 일이라면,

그건 메리가 아니었어도 일어날 일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사랑이라는 이름의 악마 때문일지도.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한

초반의 설명을 잘 넘어간다면,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클래식한 추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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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스파
설재인 지음 / 한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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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열려야한다

그리고 이겨야만 한다. 

비자발적으로 은퇴해야했던 현지현의 재기를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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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를 바라는 전직 아이돌 VS

멋진 엄마이고 싶은 무에타이 선수


얼굴 마담에 댄서였던 아이돌 현지현.

하지만 지금은 인성 논란에 퇴출되면서 은퇴해야 했던

전직 아이돌 출신 복서일 뿐이다.

그것마저도 재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결코 원하지 않았던 길이기도 하다.


자신을 도와주는 체육관 관장이자 매니저인 승유에 의해

철저히 인형으로 살아가며 재기를 꿈꾸던 지현은

계체량을 앞두고 700그램 감량을 위해 낡은 찜질방으로 향하고

레드불스파로 가는 택시 안에서 좀비 사태를 목도한다.


열기에 약하여 녹아내리는 좀비들.

레드불 스파에 꼼짝없이 갇힌 지현.


그런데 계체는 예정대로 한다고? 경기도?

거기다 상대 선수인 쌈루타는 왜 여기에 있는 건데?


좀비들로 가득한 거리,

높으신 분들로 인하여 열리는 경기.


행복하고 싶었지만

열등감에 휩싸이게 된 지현과

멋진 엄마이고 싶어서

터무니없는 금액에 한국행을 택한 쌈루타.


두 사람의 복싱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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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생을 살아가야하는 웃픈 상황을 그리다


지금까지 읽었던 좀비 소설과는 다르다.

많이 다르다.


좀비가 높은 온도에 녹아버리다니.

좀비가 진화를 하며 댓글까지?


그런 와중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비싸지만 정상운행하는 택시에,

라이브를 켠 지현을 보며 댓글을 다는 이들까지 있다.


지현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이돌이었을 때의 불합리함,

SNS로만 보여지는 것에 대한 비난,

마녀사냥 같은 것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러면서 죽고 싶다고 말하지만

어떻게든 살고 싶은 그녀의 마음과

누군가 그녀에게 잘하고 있다고, 힘들었겠노라고

응원과 위로를 바라는 마음도 느껴졌다.


반면, 상대 선수임에도 요리를 손수 해주고

좀비 사태 임에도 무임승차는 안된다는 지현에게

교통카드를 건네는 쌈루타가

두 아이의 엄마임에도 타국까지 와서

경기를 하려는 이유에도 공감이 간다.


거기에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권력의 잘못된 구조에 대해

지현의 시선에게 비판을 내뱉는 것도 좋았다.


빠르게 읽히는 데다가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 많았고,

특색 있는 좀비 설정이어서 새로웠다.


지현과 쌈루타.

레드불 스파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세기의 대결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빠르게 읽어내려간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두 사람의 경기는

어느 누구의 승리도 아닌

가슴 찡한 감동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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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은 맛있다 네오픽션 ON시리즈 3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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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과 다운


눈을 감고 꿈을 꾸게 되면, 전혀 다른 삶에서 눈을 뜨게 된다. 

특수 청소를 하는 가난하고 키 작은 여대생 이경. 

그리고 학벌에 미모 재력까지 모든 걸 갖춘 연예인 지망생 다운. 

꿈 속에서 이뤄지는 두 여자의 수상한 동거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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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히 집어든 스노우볼 때문이었을까

그 아이의 삶에 들어가게 된 것은.


특수 청소 현장에서 발견한 스노우볼.

무수히 많은 것 중에 유독 하나가 눈에 들었다.


그렇게 타인의 스노우볼을 챙겼던 그날 밤,

잠결에 이경은 무언가를 느꼈다.

내가 아닌 타인의 눈으로 보이는 삶이.


다운도 무언가를 느꼈다.

내가 아닌 키 작고 뚱뚱한 못생긴 여자가 되는 꿈.

억세게 청소를 하고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상상할 수 없는 반대의 악몽.


그리고 그런 꿈을 꿨다며 불평하는 다운에겐

그녀가 느끼지 못하는 이경의 의식이 함께였다.


그렇게 타인의 삶을 꿈 속에서 만나는 날이 반복되며

이경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수상함을 감지하게 되고

어릴 적 짝꿍이자 무당인 유나까지 재회하며

이 기묘한 꿈이 자신의 의지로 시작된 것이 아님을 알아가는데...


이경과 다운.

두 사람이 공유하는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는 꿈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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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은 다운의 과거를,

다운은 이경의 미래를 체험한다.


개정판으로 나왔다는 걸 모르고

서평단을 통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최근에 '거의 황홀한 순간'을 통해

두 여자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강지영 작가님의 책을 읽었었는데

'하품은 맛있다' 또한 두 여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책을 펼치기 전부터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꿈'이라는 소재,

그리고 다른 삶을 사는 두 여자를 엮어서

꿈을 통해 서로의 삶을 체험하고 의식의 힘으로 인하여

서서히 자신의 육체가 타인에게 지배되는 공포까지 들어가며

미스터리 하면서도 오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꿈을 통해 다운의 삶을 체험하는 이경 보다

다운의 기구한 삶을 조금 더 세세하게 조명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된 건 다운의 잘못만이 아님을,

그녀를 그렇게 만든 '괴물'의 존재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위기에 빠진 이경을 구한 건

사신의 눈을 속이는 방법을 알려준 유나 때문이었는데

다운과 닮았다고 생각했던 유나의 갑작스런 연락과 재회는

그녀에게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기 위한 필연이기도 했다.


뻔하지 않아서 좋았던,

끝까지 결말을 예상할 수 없어서 재미있었던,

다시 눈을 뜬 이경을 바뀌게 만들며 여운을 남긴

한 편의 멋진 스릴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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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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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솟아오른 빌딩, 마천대루


그 안에서 일어난 한 건의 살인 사건. 

모두의 사랑을 받던 아부카페의 매니저 

메이바오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범인은 누구일까. 


경비원부터 부동산 중개인, 남자친구, 밀회의 존재. 

마천대루에 살거나 일하는 이들이 엮여있는 그 사건 속엔 

진실과 거짓, 욕망과 좌절이 교차하며 

모두가 범인인 동시에 누구도 범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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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마천대루가 품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지상 45층의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마천대루에서 일하고 있는 경비원 '셰바오뤄'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부카페 매니저 '중메이바오'

부동산 중개인 '린멍위'

인테리어 디자이너 '린다썬'

린다썬의 아내인 '리모리'

광장공포증으로 집안에만 있는 '우밍웨'

그런 그녀를 돕고 있는 가사도우미 '에메이리'


그 외에도 경비원 셰바오뤄의 동료인 '린둥린'에

메이바오의 동료인 '루샤오멍', 아부카페 사장인 '리톄부'

를 비롯하여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와 진술이 이어진다.


1부에서는 각 인물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사건이 일어나며 주변 진술이 이어지고,

3부에서는 메이바오와 관련된 세부 진술이 나온다.

4부에서는 사건이 일어난 이후의 1년,

그리고 한해의 끝에 이르러 범인의 정체가 마침내 드러난다.


인간의 욕망이 쌓아올린 현대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마천대루 안에서

한 인물의 기구한 삶과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린 살인 사건으로 인하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지만,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심리스릴러에 가깝다.


하나의 건물 안에서 각자의 사정을 안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부분이 이 작품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그게 오히려 단점으로 비춰지는 부분도 있었다.


중메이바오와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중요인물이다보니 그러려니 하며 읽게 되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인물의 서사까지 다 얘기하려다보니

자연스레 할 이야기가 많아지게 되었는데,

그게 벽돌을 만들어버려서 아쉬웠다.


4부에 담겨있는 사건이 일어난 후 1년의 이야기에선

그 사이에 마천대루에서 살고 있는 여러 인물(새로운)의 이야기가

매 월마다 하나씩 나오는데

이 부분은 굳이 있어야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품의 무대가 고층아파트라는 점에서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A, B동은 고급, C동과 D동은 원룸과 상가로 건설된 설정이라 더 그랬다.


안젤라베이비가 주연(중메이바오)을 맡은

동명의 중국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하는데

원작을 어떤 식으로 적용했는지, 드라마 만의 설정이 추가되었는지

원작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를 비교하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에 이르러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긴 했지만

메이바오가 그렇게 죽어야할 이유는 1도 없었다.

더 일찍 끊어내지 못한 것이, 더 멀리 도망가지 않은 것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것일까.


후련함 보다는 씁쓸함만이 남게 되는

마천대루의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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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황홀한 순간
강지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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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 

그 단어 안에 담긴 두 여자의 이야기.



남자친구에게 차인 뒤, 연향으로 돌아온 하임에게 넘겨진 건 연향역 매점.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 


마냥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희태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없던 무영은 

딸 민아의 행동으로 인하여 두 사람과 함께 연향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을 구원해줄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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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향역 매점을 넘겨 받은 하임

두 개의 목숨과 함께 연향에 오게 된 무영


역 매점에 자리잡은 하임은

친구 성기가 곁에 있는 게 못마땅하다.

하루 한 번, 화이트 하임을 사러오는

역에서 일하는 지완에게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에.


벼락에 맞은 뒤로 우주신에 빙의(?)된 할아버지로 인하여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된 두 사람은

자연스레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그러던 중, 지완이 한 여자와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하임은 또 한 번의 이별을 직감한다.


한편, 희태의 폭행으로부터 자신을 구하려던 딸의 행동으로

반신불수가 되어버린 희태와 함께 연향으로 오게 된 무영은

타인 앞에선 서글서글한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과 딸 앞에선 안하무인이 되어버리는 희태의 악행에

치가 떨릴 지경이지만, 자신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일하고 있는 감자탕집 아들 지완의 관심에

'희망'이라는 것이 싹트기 시작하는데...


두 여자와 한 남자.

연향에서 이어지게 된 세 사람의 연결고리는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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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쉽게 읽혀서 좋았다.

'김하임'과 '이무영'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되는데

각각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두 사람이 교차하는 '연향'이라는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했다.


개인적으로는

'사랑'을 다시 찾으려는 하임의 이야기보다

'살고 싶다'는 무영의 이야기에 더 몰입했다.


이야기를 함께 하는 내내 응원했고

제발, 제발 거기서 벗어나라고 손을 움켜쥐었다.


그래서 연향에서 지완이 도와주겠다며 손길을 건넸을때

수없이 배신당한 탓에 그걸 거부하는 무영의 마음도 이해는 되었지만

그 손을 잡으라고. 민아와 함께 도망치라고.

그렇게 되뇌며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빨라졌다.


무영에게도 마침내 찾아온 진짜 '사랑'

타인이 보기에 그건 단순한 선의 였을지도 모르지만,

무영에게 그건 구원의 손길이자 사랑이었다.


딸 민아를 위해, 함께 살아남기 위해,

연향에서 내려온 한 줄기의 동아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결말 부분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공존했지만

함께 식탁에 앉는 모습에

안도감이 드는 마지막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떠나지만

그로인해 누군가는 행복을 찾은 걸 테니까.


사랑이 떠나는 것이 두려워서

먼저 선수를 치고는 후회해버리는 하임.


사랑(민아)을 지키려고 떠나지 못하다가

구원의 사랑을 만나 마침내 떠나려는 무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 것만 같은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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