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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평점 :

적산가옥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
1941년에 그 집에서 살기 시작했던 나오가 기이함을 겪게 된 1943년부터,
보이지 않은 존재에 쫓기는 것만 같았던 1995년의 규호를 지나,
청림으로 이사온 2025년의 수현까지.
환영을 느끼고, 낯선 속삭임과 웃음소리가 들린다.
이곳에 머무는 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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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를 잃은 나오는 명숙을 통해 치유받았고,
살기 위해 먼 길를 되돌아온 명숙을 나오는 품어주었다.
그렇게 따스함만이 머물렀으면 좋았겠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1945년, 전쟁이 끝을 향해가던 시기.
나오는 일본인 남편을 두고 있었고, 명숙은 조선인이었다.
나오는 또 한 번의 이별 앞에서 고타로의 편지를 떠올렸다.
숨이 멎은 자를 살려냈다는 전류장치.
나오는 고타로의 편지를 믿을 만큼 간절했고,
그 간절함은 믿을 수 없는 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일은 2025년에도 일어났다.
큰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겼다는 적산가옥.
남편 규호를 따라 청림으로 내려온 아내 수현과
아이들 실비, 실리를 환영하는 그 집은
믿을 수 없는, 믿기지 않는 '기적'을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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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공포 소설이라고만 정의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이야기
하우스 호러라는 문구에
적산가옥 안에서 일어나는 폴터가이스트 같은 걸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건 단순히 유령이 나오는,
환영이 보이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역사적인 부분을 녹여낸 스릴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1945년의 나오, 2025년의 수현은
'명숙'이라는 같은 인물을 통해 연결되고
그 연결고리는 그들에게 '기적'이라는 일을 보여주지만,
1995년의 규호에겐 떠올리고 싶지 않은 '환영'일 뿐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지어진 적산가옥.
그 안에서 일어났던 첫번째 주인 나오의 기록.
끔찍한 실험을 한다는 고타로의 편지를 통해
인류의 움직임도 전류에 의한 것이라는 부분과
수현이 읽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이 연결되면서
공상으로만 그려지던 것들이 2025년의 현실로 이어지며
또 한 번의 놀라움을 선사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부터가 환영인 걸까.
어렴풋이 알 것도 같지만 명확하게 알고 싶지 않은 건,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 만들어낸 환영이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탓이 아닐까.
단순한 호러 소설이 아니어서 더 좋았고,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보며 느꼈던 안타깝고 서글픈 감정을
한국식으로 보여준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어서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