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엔딩 라이프
정하린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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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


천계의 새로운 규칙으로 인하여, 

몇 번의 죽음 시도에도 다시 또 살아나버렸다.

 저승사자를 붙잡고 애원도 해봤지만, 그건 변하지 않는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에 내가 살아갈 이유 따윈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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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어요.

이제는 다 내려놓고 싶어요.


부모의 죽음, 가난, 사람들의 괴롭힘.

모든 것에 지쳐버린 서은은 쉬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여러번 죽음을 시도하지만 이뤄지지 못한다.


이제는 신이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구나.

그렇게 절망하던 서은의 앞에 나타난 저승사자는

또 한 번의 죽음에서 서은을 되돌리고선 5만원과 쪽지 하나를 남겼다.


쪽지에 적힌 곳은

서은처럼 죽어도 죽지 않는 경숙이 하는 카페.

자신의 사연을 말하며 어차피 못 죽는 거, 그냥 조금만 더 살아보자고.

신이 부를 날이 올 때까지 같이 견뎌보자는 따뜻한 말에

서은의 눈물샘이 고장난 것처럼 엉엉 흘러내렸다.


죽어도 죽지 않는 삶.

저승사자는 그 안에서 조금씩 밝아지는 서은을 보며

충분히 아팠던 그녀가 더는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


서은을 지키려는 저승사자.

저승사자에게 마음이 가는 서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떤 엔딩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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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나 좋아해요?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갈 줄은 몰랐다.

죽음이 더 가까웠던 서은이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며 웃음을 되찾고

그 과정에서 죽음을 후회하는 이야기가 될 줄 알았다.


신의 파업(?)으로 인하여 죽어도 죽지 않게 되었지만,

결국엔 그걸 바로 잡으며 주인공인 서은만은 예외가 되는

그런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저씨, 나 좋아해요?"라는 대사가 나오는 순간

드라마 도깨비가 떠오르며, 공유와 김고은의 로맨스 대신

서은과 저승사자의 사이의 로맨스 기류가 흐른다.


그 과정이 다소 뜬금없다 싶기도 했지만,

죽음에 간절한 서은에게 계속 눈길이 가던

저승사자의 과거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가 서은에게 왜 그리 마음이 가는지 알게 되었다.

서은과 저승사자 사이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는데

도망친 망자를 붙잡으려는 저승사자가 너무 끌려다닌다.


저승사자, 가 주는 이미지는

강렬하고 망자들을 그냥 붙잡아야 할텐데

그러지 못하는 장면이 이어지는 게 조금 아쉬웠다.

'네버 엔딩 라이프'는

벼랑 끝에 서서 눈물 짓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세지 같았다.

'삶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다 어려운 거'라는

극 중 기은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맞다.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 과정에서 많이 다치고, 많이 아프고, 많이 슬퍼서.

세상에 나만 이런 것만 같아서

극단적인 선택 밖에는 길이 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겠지만,


서은에게 경숙과 기은과 저승사자와 3대 신이 있었듯이,

누군가는 당신을 알아줄 때가 올테니 살아달라고, 버텨달라고.

당신은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소중한 존재임을 기억해달라는

그런 응원과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여서 좋았다.


활자로 적힌 글 하나가 주는 힘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이야기를 읽고서 위태로운 누군가를 만났을 때

따스한 위로 혹은 응원을 건넬 수 있다면.

그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면

팍팍한 세상도 조금은 살만해지지 않을까.

너무 무겁게만 그려내지 않아서 좋았고,

엔딩이 슬프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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