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때리고
권혁일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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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에게나 도피처가 하나쯤은 필요하다.


취준생이라는 현실 앞에서 무너질 것만 같은 예리. 

아들 태율을 둘러싼 전 남편과의 갈등 앞에서 힘겨워하는 싱글맘 진희. 

두 사람의 유일한 도피처는 주 1회 구민센터에서 하는 농구 수업이지만, 

그곳에서의 만남이 서로를 향한 또 다른 도피처가 되어 마음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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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피워서 이혼한 전남편이

아들 태율을 빌미로 재결합을 요구하며

진희의 머리를 아프게 만든다.


학창시절, 운동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래선 안된다는 엄마의 말에,

엄마가 정해준 대로만 살아온 예리는

동기들에 비해 한없이 뒤쳐진 것만 같은 현실이 막막하다.


그런 두 사람이 도피처로 택한 곳은

구민 센터에서 하는 농구 수업.


농구공을 바닥에 튕기며

걱정거리도 함께 날아가버리길 바랬고,

턱 끝까지 차오른 숨과 흐르는 땀으로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같은 마트에서 일한다는 공통점으로

진희와 예리는 친해지기 시작하고,

고민을 나누며 서로를 향한 또 다른 대피처가 되는데....


짜증만 늘어가는 현실과

한숨만 늘어가는 현실 앞에서

두 사람은 어떤 해결책을 찾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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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에겐 충분했다.


농구는 어린 날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고,

농구는 정해준 대로만 왔던 길을 이탈하게 만들었다.


어린 날의 추억은 잊고 지내던 고마움을 알게 했고,

정해준 길의 이탈은 도망치지 않는 선택을 보게 해주었다.


출발선이 다르다고는 위로를 받아도,

사회는 뒤처졌다고 말하기에 조급함이 몰려온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버텨야 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버거울 땐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누구나 마음 속에는 응어리가 있다.

곯고 곯아 썩어 터지기 전에 어떻게 풀어내고,

어떻게 상처를 아물게 만드느냐가 있을 뿐이다.


그럴 때, 도피처가 필요하다고

예리와 진희의 이야기를 통해 말한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곳.

현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는 곳.


두 사람의 감정에 이입되어 읽다가

문득 나의 도피처는, 나의 휴식처는 어디일지 생각해본다.

가장 편안한 곳이자, 가장 많이 웃는 곳.

이야기 속 진희가 그렇듯, 가장 사랑하는 이가 있는 곳.

내겐 농구 코트와 같은 곳은 아무래도 집인 것 같다.


첫번째 슛이 빗나가더라도 경기는 끝나지 않는다.

공이 손에 있는 한, 찬스는 생길 것이고

자신 만의 자세를 찾는 순간, 공은 그물을 가를 것이다.


한 번의 실패로 끝이 아님을.

'바닥을 때리고' 다시 튀어 오르는 농구공처럼

우리네 인생도, 바닥에 떨어진다해서 끝이 아님을.


도피처라 생각했던 곳이

재충전을 위한 휴식처가 되어가며

그물을 향한 공을 즐기는 그때가 온다면

우리의 삶도 힘듦을 한꺼풀 벗어던지지 않을까.


살아가며 어떤 어려움과 슬픔이 있더라도

힘을 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있음을.

그것 하나 만으로도 내일을 바라볼 이유가 있음을

알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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