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평점 :

화산이 폭발하고
비행기가 결항되었다.
하지만 정원은
어떻게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엄마가 위독하다고 하니까.
이태리로 가서 배를 타면,
어쩌면 비행기가 뜰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렌터카를 예약 했는데 이게 웬일?
같은 렌터카를 예약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심지어 자신이 서비스 했던 비행기를 탔던 고객이었고,
자신을 무시하고 가버린 왕재수 대가리였으며,
이제는 같은 렌트카를 타야 될 처지에 놓인 남자였다.
"절 기사로 쓰시죠. 겹치는 구간까지 모셔다 드릴 테니."
하지만 정원은 한국으로 가야만 한다.
해든의 중재안에 넙죽 채용하겠다고 말한 이유였다.
그렇게 시작된 동행은 작은 경로 이탈과 대화로 이어지고,
급기야 정원과 해든의 경로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서로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던 며칠의 시간.
그리고 이대로 끝인 줄만 알았던 헤어짐 뒤의 재회.
두 사람의 여정은
어디에서 멈추게 될까?
---------------
하와이에 눈이 내리면 우리 만날래요?
이대로 끝까지 갈 것만 같았던 만남.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기며
이탈했던 경로를 다시 되찾았다.
그렇게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고 여겼지만
머릿속에선 계속해서 해든이 남아 있었다.
잊어보려해도, 지우려해도
그때의 만남은 정원에게도 해든에게도
끝없이 남아서 재회만을 기다리는 듯 했다.
며칠의 만남은 두 사람에게 강렬하게 남았고,
그 만남은 두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하지만 정원에겐 돌아가야할 곳이 있었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잘 버텨내고 있다고 여겼다.
해든과의 재회가 이뤄지기 전까진 말이다.
빛과 그늘.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갈림길 앞에서 정원은 의리를 선택했다.
의외의 만남이 불러오는
로맨스 스토리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고,
함께 차에 올라 다시 떠나는
그런 로맨스 로드 무비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런 예상이 빗나가면서
읽는 이에 따라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그런 후반부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듯이
한순간에 타올랐던 불꽃 또한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때의 만남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서로에게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날의 만남은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그날, 그 차에 타지 않았다면
우린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금처럼 웃을 수 있는 삶이 아니었다는 것.
그거 하나는 확실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