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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평점 :

죽으면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
끝없이 반복되는 무한 루프.
어떤 생을 살든, 죽게 되면 다시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야한다.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해리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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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간직한 채로 다시 태어나는 삶
과연, 온전히 버텨낼 수 있을까.
자신을 원치않은 친아버지 집안 대신,
양아버지인 해리엇과 양어머니인 패트릭 사이에서 성장한
해리 오거스트.
첫번째 삶이 끝날 때까진
자신이 윤회하는 삶을 살게 될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에
두번째 삶이 시작되었을 때는
멘붕에 빠져 어린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럼에도 다시 태어나
또 한 번의 삶을 살아가게 된 해리의 삶은
때론 아버지의 유산을 넘겨받기도,
때론 지독한 고문을 받기도,
때론 윤회자라는 걸 고백하기도,
때론 또 다른 윤회자를 만나기도 하며
자신이 이토록 같은 생을 반복하게되는
존재의 이유를 알아가려 한다.
해리와 같이 기억을 간직한 채로 다시 태어나는 존재로 이루어진
크로노스 클럽의 규칙 중 하나인
선형의 시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모든 윤회자가 클럽에 속한 것은 아니었고,
그 중에는 미래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무분별하게 역사를 바꾸게 되면
우주가 붕괴될 위험이 있음에도 멈추지 않은 존재에 맞서
해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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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두 회귀자의 이야기
해리 오거스트와 빈센트 랜키스.
이 방대한 이야기는 끝을 향해 갈수록
대립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우주의 붕괴를 몰고 올 존재, 빈센트.
그를 잡으려는 존재, 해리.
두 사람을 지켜보는 종장이 재미있는데,
그곳으로 가기 전, 해리의 열다섯 번의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이 빙 도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664페이지의 방대한 분량만큼
그만큼 내용이 복잡하고 철학적이면서
이게 저건가? 이게 맞나?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열다섯 번의 생을 반복하는 인물이기에
이토록 방대한 내용이 아니었다면
그의 삶에 대해 다 말하지 못했을 것 같다.
'우리는 신이 되지 않을 거야, 자네도 나도.'
읽기 전에는 두꺼운 책에 덜컥 겁을 먹었지만,
복잡한 내용 속에서도 회귀자의 만남이 주는 긴장감과
속고 속이는 두뇌 싸움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빠르게 읽어내려가는 그런 작품이었다.
누구도 신이 될 수는 없다.
모든 건 순리대로, 시간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