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영혼에게
시오세 마키 지음 / 그늘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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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과 저승의 경계, 

사이노카와라


신입사원 이타루는 그곳에서 망자를 태우고 

삼도천을 건너는 임무를 행한다. 

그 과정에서 돌탑을 쌓는 벌을 받지 않는, 

저승으로 바로 갈 수 있음에도 가지 않는 여자 아이 '도모'를 만나고, 

엄마를 만나고 싶다는 소녀의 말에 

선배와 함께 도모가 살았던 집으로 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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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영감을 타고났던 이타루는

그에게만 보이는 구인공고를 보고 지원한 끝에

사이노카와라 주식회사에 입사한다.


입사 전에는 몰랐지만, 그곳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선 삼도천 강변에서

망자를 태우고 삼도천을 건너 저승에 내려주는 회사.


이타루는 호랑이교관 슈이치에게 교육을 받던 중,

'도모'라는 여자 아이를 만나고

이타루의 실수로 인하여 이승에 나와버린 도모는

저승으로 넘어가는 대신, 엄마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몇 주가 지나 업무에 익숙해질 무렵,

공양해줄 사람이 없어서 삼도천을 건너는 배에 무임승차한 젠지를 만난 이타루는

그를 공양해줄 사람을 찾아 이승에서 함께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씻을 수 없는 실수를 하고야 만다.


그리고 이타루가 왜 그토록

도모와 젠지의 사연에 몰입하였는지

그 이유가 마침내 드러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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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한 영혼에게,

사랑 받고 싶었던 내가 보내는

가슴 따뜻한 작별의 인사.

삼도천을 건너는 배를 모는

뱃사공을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니.


참신한 설정으로 망자를 만나는 이야기는

신입사원 이타루가 겪게되는 '실수'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함께 하다보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타루는 신입 사원이면서도 선배에게 대든다.

대드는 이유 마저 업무적인 것이 아니라

감정이 앞서서, 망자의 감정에 동화되어

규칙을 위반하면서까지 그들을 위로하려 한다.


그러다가 심지어 삼도천에 빠져 죽을뻔한 위기를 겪었음에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실수를 했다는 걸 알게 되었음에도,

또 다시 감정을 앞세워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는다.


그 이유를, 그가 그렇게 감정적이게 된 이유를

마지막 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었다.


왜 이타루는 도모와 젠지에게

그토록 감정을 이입했던 것일까.

거기에는 이타루가 오랫동안 감추고 있던

어린 날의 기억에 있었다.


그날의 슬픔 속에서 어린 아이가 선택해야 했던 것.

사랑하는 이를 위해 아이가 했던 건,

그 무엇보다도 안타깝고 슬픈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그렇게라도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이들에게 건네는

슬프고도 따뜻한 작별 인사였다.


자신의 슬픔을 비로소 마주하게 된,

그제야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가게 된,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이기도 했다.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그들이 행하는 일들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한 명쯤은 감정적인 뱃사공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망자의 사연에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마지막 배웅길에 웃음이 머물게 해줄

오지랖 넘치는 뱃사공을

오랜 시간 뒤, 삼도천을 건너게 되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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