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녀촌 한국추리문학선 21
고태라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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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고갈된 음기의 마을, 무곡리


그곳에서 태어난 사내 아이. 

비범한 양기를 타고난 소년, 가야. 

그는 마을을 휘감은 기구한 사건 앞에서 무녀촌을 구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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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촌과 소랑각시.

그리고 벗겨지는 가면의 존재.


음양이 기울어진 마을, 무곡리.

음기로 가득한 탓에 어느 정도 자란 사내아이는

마을을 떠나서 지내야했고,

양기를 타고난 가야만이 마을에서 지낸다.


정월대보름, 당산제가 치러지는 날.

소랑각시를 속이기 위해 옥녀봉 소랑정으로 향한 가야는

발목을 잡는 듯한 감촉과 정체불명의 신음,

거기에 얼굴을 스쳐간 상처에 기겁하고,

같은 시간 무녀촌에서는 경악할만한 일이 벌어진다.


굿을 벌이던 당주무당이 불에 휩싸여

전신 화상으로 사망하고 만 것.


장례식이 열리고 이곳을 찾은 민속학자 민도치는

당주무당의 사망과 관련하여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간파하고,

가야는 그와 함께 하며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서도 알아간다.


그 과정에서 민도치는 무녀촌 당주무당인 강춘례가 감춰온

악의와 만행에 대해 알게 되며

그날의 진실과 10년을 쌓아온 가면의 존재를 밝혀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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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 탐정, 민도치가 돌아왔다.


마라의 요람을 통해 섬에서의 사건을 해결한 도치가

이번에는 무녀촌에서 일어난 일을 파헤치러 왔다.


세습무, 강신무, 내림굿, 씻김굿, 솟대의 방향, 해막 등

고증을 확실히 하기 위해 작은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상세히 풀어놓는데

무속신앙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민속학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한없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다.


작가의 전작인 [마라의 요람]에서는

어렵게 다가오는 민속학적 용어를 풀어내기 위해

민속학을 모르는 경찰이 동행하게 만들어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무녀촌]에서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없다.

무녀촌이라는 공간과 외부인은 민도치 뿐이어서

추리 끝에 용어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여

이해를 돕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읽으면서도 몇 번이나 이게 대체 무슨 얘기지 싶어서

앞으로 되돌아간 적이 여러번 있었다.


용어와 배경적 어려움을 빼면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웠다.


무녀들간의 기싸움. 아이를 지키려는 어미의 모정.

가족 보다는 무녀촌을 우선시하는 욕망의 결과.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무녀촌의 치부까지.


민도치가 밝혀낸 것들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었지만,

가야의 마음 속을 위로하는 한 줄기의 따스함이

그 안에 담겨 있어서

소년의 앞날을 응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무녀와 관련된 이야기 속에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그 사실을 다시 되뇌게 만들었던

오컬트 미스터리 '무녀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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