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폭발
이유소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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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구멍이 뚫렸다.


중학교 동창 우상의 연락은 뜬금없었다.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불쑥 보여줄 게 있다고 집으로 와달라니. 

일주일 전 의사가 내게 뇌혈관 질환이 걸렸다고 말했고, 

나는 언제든 내가 호흡하고 있는 이 세계와 이별할 결심이 선 상태라 그

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유상의 집에서 '구멍'을 발견했다. 

유상은 모든 걸 구멍에 집어 넣었고, 

이제는 자신마저 들어갈 거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멍하니 구멍을 바라보다 피자 박스에 구멍을 챙겼다. 

집으로 향하다 극심한 두통과 현기증에 차를 세우고 구멍을 들고 내렸다. 

그리고는 '입구이자 출구'라는 문자를 바라보다, 

구멍에 뭐가 있는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구멍으로 두 발을 넣었다. 


그렇게 구멍 속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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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같은 '구멍' 속 세계

벗어나고 싶은 '도망'의 세계


누구에게나 있다는 구멍을 통해

벗어나고 싶은 현실로부터의 회피를 그려냈다.


구멍 속 세계는 현실과 다르지 않지만,

그 안에 있는 존재는 현실과 다르기도 하다.


주인공인 유소가 만나는 인물을 통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오르게 만들지만

흥미진진한 모험 대신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모험이었다.


유상은 누군가의 그림자가 되어 유람하는 삶을 살게 되었고,

유소는 어떻게든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빠르게 읽히는 이야기였지만,

개인적으로 '해설'이 필요한 이야기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글 속에 담긴 의미가 많을수록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그럴수록 생각하는 시간을 부여하게 되어

읽는 재미라는 요소를 떨어뜨리는 것 같다.


'호흡과 폭발'에서는

궁금증이라는 핑계로 구멍 세계로의 도피했으나,

결국 현실 세계로의 탈출을 바라며

그 이후엔 달라진 삶을 그리고 있지만


유상처럼, 누군가에겐 돌아오고 싶지 않은 세계일 수도

또 누군가에겐 벗어나고 싶지 않은 세계일 수도 있다.


드러나지 않더라도 모두의 마음 속엔

자그마한 구멍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힘겨운 시간에서 벗어나고픈

그런 마음이 만들어낸 구멍의 세계.


재미라는 측면에선 아쉬움이 있는 이야기지만,

마음의 구멍이 나에게도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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