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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강진아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평점 :

안 돼. 찍히면 안 돼.
증거를 남기면 안 돼.
어떻게든 살아야했던 차경.
미술에 재능은 있지만, 부모가 경찰에 쫓기다 사망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작은 아버지가 빚을 떠넘기고
할머니와 가난하게 살아가는 그녀에게 도희가 다가온다.
도희는 미술에 재능있는 차경에게
위조지폐를 만들어달라는 은밀한 제안을 하고,
돈이 간절했던 차경은 도희가 내민 손을 잡고야 만다.
혹시나모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도희는 혜미라는 옛친구를 끌어들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혜미에게
가짜 돈을 건네며 진짜 돈(거스름돈)을 받아오는 역할을 맡긴다.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 흐르던 일은
89호 실버샴페인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은 오만원 권이 사용되며
단번에 발각될 위기에 처하고
잡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도망치던 찰나
뒤늦게 나오던 혜미가 택시에 치여 사망하고 만다.
혜미는 조사를 받은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차경도 조사를 받았지만 자신이 그린 위조지폐는 탄로나지 않았다.
그렇게 5년이 지나,
차경이 그린 위조지폐를 가지고 있는 도희가 한국으로 돌아오며
'성공'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려던 차경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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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해
우리는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
앞면은 대기업 채용 합격자
뒷면은 위조지폐 용의자
앞 뒤로 달라진 차경의 표정을 보여주는
표지부터가 독특했다.
거기에 차경과 도희가 틀어지는 계기가 되는
홀로그램 띠지를 입힌 디자인까지.
시작부터 눈길을 잡아끈 작품은
생존을 위한 차경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가난하게 살아가는 그녀에게
'돈'이란 그 무엇보다도 필요한 생존의 도구였다.
돈이 있으면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고,
하고 싶은 공부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도희가 내민 악마의 제안을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었다.
그게 어떻게 자신을 옭아맬지도 모르고.
차경의 이야기를 함께 하며
생존을 위해 나는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봤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뭐라도 일을 할 것이고, 돈을 버는 건 당연하고
살아가기 위해 하기 싫은 짓도 해야겠지만
차경처럼 그런 행동까지 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생존은 뜨겁고 치열하다는 말처럼
극한까지 내몰리게 된다면 누구나 발버둥을 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차경과 같은 선택을 할게 될지도.
후반부에 하게 되는 선택과 엔딩은
다소 뻔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차경의 심리 묘사가 좋아서
불안에 떠는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