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크림빵 새소설 19
우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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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자은.

그녀는 왜 죽음을 맞이했을까.


지방대의 국어국문학과.

404호 자신의 연구실에서 여교수가 죽었다.

화장실 변기통에 머리를 박고.


자극적인 사건에 교수, 학생 할 것 없이 

명복 대신 조롱 섞인 비평을 내뱉었다.

뭘 얼마나 먹었길래. 괴물처럼 살이 쪄서. 토하다가 질식해버렸대.


그녀의 죽음에 싫은 소리 하나 하지 않는 건

그녀의 첫 제자인 이종수와 그녀의 마지막 제자인 정하늬 뿐이다.


충실한 조교로 9년이나 그들의 노예가 되어버린

종수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허자은과 대학 교수의 비리.


아웃사이더에 할 말 다 하던 학부생에서

종수의 뒤를 이어버린 하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허자은과 권력의 추악함.


그리고

착한 딸이고 싶었던,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그래선지 뻥 뚫려버린 구멍을 메울 수가 없어서

어떻게든 그 방법을 찾으려 했던 자은의 이야기까지.


그녀를 죽게 만든 건 대체 무엇일까.

낡디 낡은 그녀의 노트북에는 어떤 단서가 담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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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허자은의 이야기지만,

허자은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감상평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이 이야기를 뭐라고 할 수 있을지 고민되었다.


재미로 보자면,

이 소설은 재미있지 않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둑한 분위기에

권력과 지위를 이용한 부패와 조롱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야기 천지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채울수록 더 허기지는 구멍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또 내뱉는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작가의 말에선 이렇게 말한다.


달콤한 세계를 동경하며 다가갈 때의 두려움과

그 세계가 부패해 있는 걸 목격할 때의 놀라움과

자신이 그 세계의 일부가 되었음을 인지할 때의 구역감.

그렇게 완성되는 수치심의 삼각형 밖으로 탈주하고자

그은 선분이 이 소설이라고.


정말 그런가, 싶은 반면

허자은이 동경한 건 그게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게 견디고 견뎌냈음에도

또 다시 찾아온 허기와 수치심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는 건 동의하지만.


세 명의 이야기 중에

허자은이 자신의 삶과 허기를 풀어놓은

허자은 이야기가 집중하기에 가장 좋았고,

그 다음이 정하늬, 이종수 순서였는데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이종수 이야기가

어째선지 가장 눈에 들어오지 않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허자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볼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아쉬운 마음.

첫맛부터 끝맛까지

크림빵의 달콤함보단 라일락 꽃잎의 쓴맛이었던,

읽는 이에 따라선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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