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선 군함의 살인 - 제33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
오카모토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시 돌아오겠다.


평범했던 일상을 한순간에 바꿔버린 강제 징집. 

뱃사람도 아니고, 해군도 아니건만. 

네빌은 술집에 있던 사람들과 함께 영국 군함에 승선하며 수병이 되었다. 


육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살아서 내릴 수는 있을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마리아와 다시 만날 때까지 죽을 수 없다. 

반드시 살아남겠다.


--------


바다 위 함선.

죽어나가는 수병, 미궁에 빠진 사건.


사랑하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구두장이 네빌.

그 날, 장인을 바래다주지 않았더라면.

아니, 술집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맥주 한 잔을 끝으로 집으로 돌아갔더라면

망망대해의 군함 위에서 벌벌 떠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부족한 수병을 채우기 위해

영국 해군은 신체 건강한 남자들을 강제 징집했다.

네빌을 비롯하여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사람들.


불만을 털어놓으면 채찍질을 당하고,

해야할 일은 하나부터 다 배워야만 한다.


네빌은 구두장이 동료였던 조지로부터 용기를 얻고

반드시 살아서 아내에게로 돌아갈거라 마음을 다잡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일어난 첫 번째 살인 사건과

연이어 벌어진 두 번째 살인 사건에 함선은 혼란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프랑스 군함과의 전쟁까지 벌어지는데....


바다 위에서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누구일까.

네빌은 배에서 내려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재밌다.

1795년 프랑스 혁명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데다가

군함을 무대로 하고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수병이 해야할 일에 엮여서 군함에 대한 상세 설명이 나오는데,

복잡하게 느껴지면서도 각주처럼 용어에 대한 해석이 있어서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첫 페이지를 열었을 때,

범선 군함의 살인은 군함 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한

범인을 찾는 내용만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보다는

강제로 끌려가게된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더 집중되어 있었고,

프랑스 해군과의 전쟁까지 벌어지며

장면 장면이 머릿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찍고 있었다.


이야기 안에서 주인공 네빌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격하는 탐정이 아니다.

그저 강제로 끌려와 좌절을 겪고,

수병 생활에 공포를 느끼며 탈출을 꿈꿀 뿐이다.


그 과정에서 같은 식탁을 쓰는 동료와 친해지기도 하고,

같이 끌려온 구두장이 동료 조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탈출 방법을 도모하는 밀회에서

처음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보이기도 한다.


지옥 같고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은 곳이지만.

그럼에도, 여기도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다.

밀회에서 나온 끔찍한 방법으로 탈출한다해도

집으로 돌아가 떳떳하게 아기를 안아줄 수 있을까?


이야기가 네빌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끝을 향해 갈수록 그의 심리 변화가 그대로 느껴진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격하는 건 버논 대위가 맡았는데,

탐정처럼 한정된 단서를 가지고 추리를 해나가며

기어코 살해 방법까지 파악해내는 걸 보면

군함에서 내린 뒤에 탐정으로 개업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세 건에 달하는 범인의 정체는

전혀 예측이 되지 않기에

마지막까지 드러나지 않는 그 정체를

책 속에서 확인하길.


바다 위 군함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클로즈드 서클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