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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오마카세 ㅣ 한국추리문학선 20
황정은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3월
평점 :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인자한 건물주가 뺑소니 사고로 죽고, 그의 망나니 아들이 빌딩을 이어 받았다.
그리고 그 날부터 악몽의 날들이 계속되었다.
무전취식에 갑질에 성희롱까지.
안하무인 건물주에 임차인들의 불만은 나날이 커져가던 어느 날,
그가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경찰은 독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시작하고,
임차인들을 참고인 조사 하며 사건에 대해 파헤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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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물결에 던져진 돌 하나가
소용돌이 치며 파도를 만들어냈다.
공실이 없는 무송빌딩.
착한 건물주 덕에 장기 임차인이 많은 곳.
하지만 이제는 안하무인 건물주가 있는 곳이라
임차인들은 그가 올 때마다 눈살을 찌푸린다.
일식 오마카세 '스바라시'의 사장 이상섭.
'고운내과'의 원장 윤고운.
'무송약국'의 약사 김수나.
'커피조아'의 사장 김정숙.
'리노헤어숍'의 원장 정선아.
'물들임염색방'의 사장 하민정.
인자한 건물주, 무송이 있었을 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이들 모두에겐 망나니 건물주 현성을 향한 분노가 가득하다.
무전취식, 추파, 성희롱, 성추행, 치정.
저렴하게 계약된 임대계약을 핑계 삼아
어떻게든 임차인들을 나가게 만들기 위한 수작이었다.
그럴수록 힘들어지지만, 건물주이기에 참고 또 참았다.
그런 현성이 죽었다.
그것도 독살이 된 채로.
사망 추정시간에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범인은 그를 어떻게 살해한 걸까?
이들 중, 범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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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둔 비밀, 모종의 관계.
그리고 결핍에서 출발한 욕심의 결과.
첫 장부터 쉽게 읽히며 몰입을 돕는다.
망나니 건물주의 행동은 누구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그를 상대하는 모두에게 살해동기가 있음을 알게 한다.
형사들의 탐문 수사 과정에서
알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1년 전에 일어난 뺑소니 사고의 진실과 더불어
연쇄 살인 사건에 감춰진 비밀 또한 드러난다.
극의 후반부를 장식한 반전요소는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으면서도,
그것 때문에 시작된 결핍과 욕심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했다.
추리를 읽을 때 느끼는 '이래야 추리 소설이지' 싶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각 인물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서 마치 그 인물이 된 듯한 느낌에
어떤 때는 분노가, 어떤 때는 짠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마치 그 사람이 곁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장면들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엔딩이었는데,
그렇게 분노와 불만을 토해내던 범인이
가족의 사랑으로 자백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게
급마무리의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다르게 생각해보면 두번째 사건에서도
사이가 멀어진 가족에 대해 나오기도 하고,
결국 사건이 일어나게 된 건 가족으로 인함이니
그렇게 끝나는 것도 아주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다.
빠른 전개와 몰입감이 돋보이며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추리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독자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살인 오마카세'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