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코인 세탁소 서사원 일본 소설 3
이즈미 유타카 지음, 이은미 옮김 / 서사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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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세요. 뭘 도와드릴까요?


문이 열리면 들리는 낭랑한 목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와 달콤한 비누 냄새가 풍기는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 

구깃구깃한 인생에서 벗어나고자 앞으로 내딛는 첫걸음으로 

코인 세탁소를 선택한 아카네는 맛있는 커피와 점장인 마나의 친절에 

한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세탁소에서 함께하며 다양한 손님과 각각의 사연을 듣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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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해지고 보송보송한 감촉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곳


아카네가 이곳을 알게 된 것은,

이곳에서 점장인 마나와 만나게 된 것은,

그녀에게 찾아온 큰 행운이었다.


자취에 학업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세탁물도 제때 찾아가지 못하는 청년을 만나며

욱하기만 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이혼에 육아에 지친 탓인지 까질하기만 하던

아이 엄마와 우연히 재회한 걸 계기로

과거 일이 아무렇지 않도록 힘내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아내와 사별하고 홀로 남게 되어 빨래도 못하고 박아두던

노인과의 만남을 통해 단면적으로만 판단했던 걸 반성하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부동산 일을 할 때나, 세탁소 일을 할 때나 별반 다르지 않지만

실적에 목마른 예전 직장과는 달리

이곳은 좀 더 사람 사는 장소 같달까.


그런 따스한 느낌에 아카네는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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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듦에 어려움에 괴로움에

표정을 구긴 채로 들어왔다가

마음까지 보송해져서 돌아가는,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에 어서오세요!


어렵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힘듦과 고민을 털어놓기란.


그런데 이곳은

'세탁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세탁에 대한 얘기를 해주고 있음에도

낭랑한 목소리와 은은한 꽃 향기에

저도 모르게 고민을 얘기하게 된다.


분명, 세탁과 관련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웬일인지 마음이 나긋해지며 편안하게 만드는

신비한 공간이다.

굳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들어줬으면 했던

세탁소의 점장 마나의 이야기까지 듣고 나면

사람과 사람간의 '인연'이라는 관계,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모두가 제 할 말만 말하는 세상에서

누군가 들어주는 이가 있다는 건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고마운 일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마음을

누군가에게 얘기한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 그걸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걸 알게 해주는,


따스한 온기와 보송보송한 마음을 선물하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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