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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 시호도 문구점
우에다 겐지 지음, 최주연 옮김 / 크래커 / 2024년 10월
평점 :

문구 사러 왔다가 고민이 해결되는 신비한 문구점
물건 하나도 소중히 여기며, 거스름돈은 신권으로만 주는 곳.
단순히 손님이 원하는 물건만 파는 게 아닌,
고민까지 해결하게 만드는 신비한 공간.
긴자 시호도 문구점에서 마음을 녹이는 이야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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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진심을 다하는
시호도 문구점입니다.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문구점을 찾은 '닛타'
차분히 편지를 쓸 수 있는 2층 공간까지 내어준
시호도 문구점의 다카라다 겐의 배려에 편지를 보내게 된 이유를 털어놓는다.
소중히 간직해온 만년필에 얽힌 지울 수 없는 기억까지.
클럽 후미에서 일하는 '유미'는 마담에게 보낼 사직원을 사러 왔다가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마담과의 만남과 그동안의 일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왜 그렇게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지에 대해서도.
찻집 호즈에의 료코에 의해 의도치 않게 소호도 문구점을 찾은 '나나미'는
3년 간의 기록이 담긴 노트의 마지막을 앞둔 고민을 털어놓게 되고,
다카라다가 무심히 건넨 노트 한 권에 자신의 마음을 다잡게 된다.
전처의 조의문을 쓰기 위해 문구점을 찾은 단골 '쇼'는
오래 전 첫만남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털어놓으며 대필을 부탁하게 되고
장례식 당일에 전달받기도 하는데, 거기서 놀랄만한 조의문을 받게 된다.
그리고 딸에게서 건네받는 그림엽서에는 눈물을 감출 수 없는 마음이 담겨 있는데....
한 명의 은인에게 개점 안내장을 보내야하나 고민 중인 '긴'의 사연까지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주변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의 이야기에
자꾸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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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울리는 다섯 편의 이야기
이 작품을 읽다보면
마음에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다.
울적해지려는 순간
포근히 감싸안아주는 그런 바람.
그 때문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때로는 울적하며 슬픔이 가득하기도 하고,
때로는 옅은 미소와 함께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문구점 주인 겐의 진심어린 언행과 배려는
이곳을 찾는 이로 하여금 고민을 털어놓게 만들고,
그 만의 방법으로 (돌직구처럼 나가는 부분도 있지만)
끙끙 앓던 고민을 해결하게 만든다.
그저 소모품이라 생각했던 문구용품에도
이러한 추억이 깃들어 있었구나.
사용한 흔적 하나하나가 지나고보면 꺼내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구나.
긴자 소호도 문구점은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들면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문구용품에는 어떤 추억이 있는지를
떠올려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와 동시에 스마트폰의 편리함으로 인하여
무언가를 '쓰는 것'을 펜이 아닌
손가락으로 대체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언제나 펜을 들고 있었는데,
지금의 우리는 터치로 모든 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작품을 읽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다이어리를 꺼내 들었다.
예전처럼 손으로 '쓰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