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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레레 - 가엾게 여기소서 ㅣ 토마토문학팩토리
최난영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4년 8월
평점 :
오독, 오독, 오도독.
먹을 수 있는 건 오직 녹말 이쑤시개 뿐.
목구멍에 막혀있는 무언가 때문에 어떤 음식도 삼킬 수가 없다.
심할 때는 혼절까지 하는 고통. 열여덟 생일 전까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역시 이건 저주일까?
들여선 안 될 존재를 집에 들인 죄가 불러온 지독한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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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위해선 누군가 죽어야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
분명히 무언가가 목구멍을 막고 있는데,
병원에서는 아무 것도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모와 엄마가 데려온 홍보살은
'집에 들여선 안 될 것을 들였다.'며
일주일 간 굿을 해야 된다고 했지만,
영음은 6일째 되던 날,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도망쳐버렸다.
그 뒤로 영음은 수액과 녹말 이쑤시개에 의지하여
해골과도 같은 몰골로 버티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남자의 죽음을 목도한 후
케이크를 3개나 먹어 치웠다.
먹을 수 있다! 먹을 수 있어!
하지만 어느 날 아침, 다시 먹을 수 없게 된 영음.
이쑤시개를 다시 먹는 영음의 곁에선
의도하지 않은 죽음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그로 인해 영음은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운명이라 생각한 만남이 파국을 불러오는데...
대체 이 저주는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언제쯤 저주가 끝나게 될까.
집에 들여선 안 될 것을 들였다는 그건,
친언니처럼 따랐던 '미녀 언니'가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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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음의 곁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죽음의 연속
이야기가 재밌다.
이쑤시개만 먹을 수 있는 여자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이라니.
그리고 죽음 뒤에 먹을 수 있게 된다니.
재미난 설정이란 기대로 펼친 이야기 속에서
영음의 뒤를 묵묵히 따라 걸었다.
왜 그런 걸까?
그녀의 과거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엔딩을 맞이하기 전까진 영음이 겪었던 과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집에 들이지 말아야 할 사람이 '미녀'가 맞는 건지,
영음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는 8장 '작성자 이영음'은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이건 저주다.
분명 저주일 것이다.
어릴 때의 그 비밀을 꼭꼭 숨겨둔 영음이
비로소 그때의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건
먹기 위한 식욕이 자신을 장악하기 전에,
자신이 자신임을 잃어버리기 전에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영음의 주변인물인 박기자, 경준, 이모부와 관련된 에피소드 중,
가장 소름이 돋는 건 경준과 연결된 이야기인데,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라서 소름이 돋으면서 몰입하여 읽었다.
오독, 오독, 오도독.
이야기가 끝나고, 모든 고백이 끝난 뒤에도
이쑤시개를 씹어 먹는 그 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모든 걸 털어놓은 영음은 그 이후,
잠식해오는 식욕을 억누르기 위해 이쑤시개에 의지하고 있을까?
식욕에 잠식당한 채,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고 있을까?
어린 날의 그녀에겐 크게 다가온 두려움이었을 비밀에서 비롯된
영음의 저주가 언젠가는 끝나기를 바래본다.
부디, 식욕에 삼켜진 그녀를 '가엾게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