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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ㅣ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평점 :
어떻게 하면 미래의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을까.
검은 고양이를 따라 홀린듯이 들어간 칵테일 바.
거기서 바텐더가 쉐이커로 만든 칵테일을 마시는 순간,
나우는 13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절친 이내가 살아있던 그때로.
친구를 구하고 사랑도 지켜낼 다섯 번의 시간 여행.
그 안에서 나우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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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사라진 시간,
그리고 네가 존재하는 시간.
마치 친형제와도 같은 사이.
나우와 이내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이내와 하제의 로맨스에 나우는 제 마음을 숨겨야만 했다.
절친의 여자친구니까.
이내가 좋아하는 하제니까.
불의의 사고로 이내가 사라진 시간에도,
하제가 이내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시간에도,
나우는 묵묵히 제 마음을 숨긴 채 하제의 뒤에 있었다.
모든 걸 단념한 하제가 뒤돌아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하제의 곁에 자신이 있게 되기까진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프로포즈를 앞둔 어느 날
바텐더의 쉐이커로 만들어진 칵테일을 먹고 난 뒤,
열아홉의 날로, 열다섯의 날로 돌아가버렸다.
사랑을 포기하고 친구를 구해내야할까?
친구도 구하고 사랑도 지키는 방법은 없을까?
다섯 번의 시간 여행.
그 끝에 나우가 선택하게 될 삶은 어떤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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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으로 알게 된 현재의 시간.
'그 분의 세계'
그게 뭘까?
나우를 과거로 돌아가게 만든 존재.
나우의 과거가 아니라는 바텐더의 말에
나우는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가 있을 거라 추측했다.
그 추측은 맞았지만,
나우가 원했던 '친구도 구하고, 사랑도 지키는' 결말은 아니었다.
그 분은 나우가 그런 결말을 선택하길 원하지 않았다.
그 분이 원하는 건 과거를 바꿔보려하고,
과거에 머물며, 과거를 불안해하는 나우의 모습이 아닌
현재의 시간을, 앞으로의 세계를 살아가는 나우의 모습이었다.
다섯 번의 시간 여행을 함께 하며
답답하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만약에'라는 시간 속에서
다시 써 보는 과거의 기록들.
하지만 한 번 지나간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듯이,
인생에 '만약'이라는 시간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한 '만약'의 시간에 갇혀 있다면.
그로 인해 앞으로의 세계가 불안하게 된다면,
어떤 누구도 '현재'를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지나온 과거의 시간 속에서
다시 되돌리고픈 순간들이 있긴 하다.
이랬다면 어땠을까?
그때 저런 선택을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되돌아본 과거에 후회의 순간이 없는 이가 있을까.
우리는 후회의 마음을 간직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한 후회의 순간이 있기에 한 단계 성장하고
그러한 마음을 양분 삼아 한 차례 성숙해진다.
지금 이 순간,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