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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A/S 상담소
이륜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4월
평점 :
조각나고 깨진 사랑을 다시 이어 드립니다.
서로를 향한 배려가 오해로 얼룩져 헤어짐을 선택하거나,
마음을 고백할 용기가 없어서 사랑을 이루지 못하거나,
오래된 짝사랑으로 주변을 둘러보지 못한 이가 뒤늦게 사랑을 깨닫는 등,
여러 조각난 사랑을 다시 이루어주는
여기는 '첫사랑 A/S 상담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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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이루고 싶으신가요?
우연히 알게 된 전화번호.
스팸이거나 사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헤어진 사랑을 잊지 못해 속는 셈치고 전화를 걸었다.
첫 전화에 혜주의 이름과 정보를 알고,
동준과 헤어졌다는 것까지 알고 있는
첫사랑 A/S 상담소의 AI 상담사.
상대의 세계에 자신을 모두 던져 넣을 수 있었던 첫번째 사람.
그리고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되는 첫번째 사람과의 첫 사랑.
첫 사랑의 깨진 부분을 수리하여
다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준다는 허무맹랑한 상담이었지만,
혜주는 어째선지 거기에 기대고 싶어졌다.
그리고 전화 상담에 이어 동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배려란 상대의 관점에서 해야된다는 것을.
서로를 향한 배려 때문에 오해가 생겨서 동준의 마음을 잘못 이해했음을.
첫사랑 A/S 상담소를 통해 동준과의 사랑이 이어진 혜주의 곁에서
또 다른 첫 사랑도 이어지게 되는데...
세상의 모든 사랑이 행복하게 이루어지길 원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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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랑은 첫 사랑이다.
첫 사랑.
자신을 모두 던지고,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되는 첫번째 사람.
하지만 여러 이유로 어긋나거나 깨져버린 사랑.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그래서 가슴이 시리거나 아픈 그런 사랑을
다시 연결하거나 이어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바램을 실행시켜주는 특별한 상담소.
상담소의 소장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전화가 연결되면 사랑의 정보를 알게 되는 앱까지.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갔지만,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건
'특별한 힘' 같은 게 아니다.
억지로 갖다 앉혀놓고 사랑하라며 명령하지도,
큐피트의 화살을 쏴서 사랑에 빠지게 만들지도 않는다.
알지만 간과한 것들을,
모르고 지나친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들을
되돌아보고 깨닫게 해준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어긋났던 관계가 회복되고,
지나간 사랑이 맺어지기도 한다.
이야기를 읽으며 '인연'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인연과 관계의 연속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연결되는 인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자신의 주장만 펼치는 게 아닌 서로 맞춰가는 것.
무작정 화를 내는 것이 아닌,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
서로를 향한 배려와 서로를 향한 마음이 맞닿는다면
세상의 모든 첫 사랑은 행복한 결실을 맺지 않을까?
첫사랑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준
몽글몽글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