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자의 하인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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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엘자를 만나러 간다.


열 두 살 인생에서 만나게 된 신비의 소녀, 엘자.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의 기억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생생히 남아있다. 

이 이야기는 마녀인 줄 알았던 엘자와 

그녀의 곁에서 기꺼이 하인이 되었던 소년의 첫사랑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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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자의 얼굴은 눈이 부셨다.

너무도 찬란해 차마 바라 보지 못할 정도로.


시골 구석에 사는 열두살 소년 '하인'의 겨울.

쥐약을 먹고 죽은 반려견을 보내고

동네 아저씨가 가져다준 주전자 속 다람쥐 때문에

절친 종선이와 멀어져버린 그때,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소녀가 나타났다.


외국 여자와 함께 나타난 그 소녀는 '송엘자'


하인의 마음을 한순간에 흔들어놓았고

그해 겨울을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만들었던 존재.


그러면서도 가장 가까이에서 모험을 함께 했던,

영원히 잊지 못할 그 시절 첫 사랑의 기억이 담긴

한 권의 일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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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사랑을 그려낸 소나기를 보는 것 같았다.


송엘자. 양하인.

두 아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오래전 읽었던 황순원의 소나기가 생각난다.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순박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나기처럼,

이 작품도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풋풋한 첫사랑이지만, 그러면서도 혼혈의 아이로 인한 '환상'을 심어주어

최신 버전(?)의 소나기를 보는 것 같았다.


극 중 수동이 형이 들려주는 '피의 백작부인' 이야기는

정말 단편으로 재구성해서 한 권의 책이 나온다해도 좋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열 두살의 소년에게는 안그래도 마녀일지 모른다는 환상이 있는 상태에서

정말 그럴수도 있다는 확신을 주게 하는 이야기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엘자와의 모험(?)은 하인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하인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어릴 때 시골에서 지내며 골목대장 놀이를 하곤 했던,

동네 친구의 집에서 놀자며 소리치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과거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면서

엘자가 좋으면서도 틱틱대는 하인의 행동에 웃음짓기도 했다.


때론 얼어붙은 하인의 모습에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두려운 마음이 더 커서 용기내지 못하고,

큰일날까 싶어 말하지 못하고 끙끙대고.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게 뭐라고 그랬을까 싶지만

어린 시절의 우리는 대부분 그랬지 않았을까.


'마녀'라는 환상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을 그려낸,

그러면서 독자의 머릿속에 잠든 추억마저 꺼내게 해주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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