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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맡기는 보관가게 1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모모 / 2024년 3월
평점 :
물건에 깃든 마음, 그 속에 담긴 소중함.
파는 물건이 없는 기묘한 가게.
100엔에 무엇이든 보관해주는 그곳에는 특별한 주인과의 특별한 만남이 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을 터놓게 되는 그곳.
보관가게에서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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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엔, 정성을 다해 보관해드립니다.
기리시마 도오루.
눈이 보이지 않는 소년이 물려받은 화과자 집이
어느샌가 보관가게가 되어 상점가를 지키고 있다.
사연이 담긴 물건이 전해주는,
그들이 방문하게 되는, 머물게 되는
보관가게에 대한 이야기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곳.
어떤 것이든 거부하지 않는 곳.
어떤 이야기든지 차분히 들어주는 곳.
모두가 돌아올 장소인 보관가게에서
다양한 고민이 담긴 이야기보따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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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위로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조금 독특하다.
첫 시작은 가게에 걸린 포렴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더니,
자전거, 유리장식장, 17년 전에 찾아왔던 소녀, 고양이 사장님으로 이어지며
보관가게의 주인인 도오루의 시점은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오루의 사연은 포렴에 의해 전해지며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떻게 가게를 하게 되었는지도 전달된다.
매일 그 자리를 지키는 물건이 바라보는 시선.
마치 사람처럼,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읽다보면
어떨 때는 피식-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보관가게를 찾는 이들이 맡기는 건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저 버리기 위해 100엔으로 맡기는 이들도 있지만
이야기에 담긴 이들은 각자의 추억과 각자의 사연을 맡겼다.
반드시 찾으러 오겠다는 이들도,
피치못할 사정으로 오지 못한 이들도,
어디에도 말 못할 고민을 이곳에서 털어놓게 된다.
풀지 못한 숙제, 미루고 싶은 결정.
또는 잠시 내 곁을 떠났으면 하는 것들까지.
무엇이든 보관해준다는 가게가 있다면
나는 무엇을 맡기고 싶을까?
끙끙 앓았던 고민의 한 조각을,
아픔으로 남았던 사랑의 흔적을,
미련이 되어버린 추억의 발자국을
맡기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가게 주인인 도오루에게
나도 모르게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될지도.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는,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런 포근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