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의 요람
고태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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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사라진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돌신제'라는 기우제를 앞둔 시점에 흉악한 사건이 일어났다. 

목을 조르고, 장기를 꺼내간 살인마. 

씻을 수 없는 부정을 입었다며 사람들은 공황에 빠지고, 

떠돌이 민속학자인 민도치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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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릿놀 마을과 우름곶 마을


산신님을 모시는 나릿놀 마을과

용왕님을 모시는 우름곶 마을.

돌신제라는 기우제를 주관하는 단현사.


기우제를 참관하기 위해 섬을 찾은 민속학자 민도치는

그곳에서 하나의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행사를 앞둔 시점에 장기가 사라진 변사체가 발견된 것.

대체 어떤 이유로 장기를 가져간 것인지 범인의 속내를 짐작해보는 한편,

범인의 정체에 대해서도 추리해나가지만

변사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천 명이 채 안 되는 섬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사건.

거기다 단현사의 주지였던 금선 스님이 즉신불이 되어 마을에 나타났다는 괴소문까지.


민도치는 사건의 진상을 알아낼 수 있을까?

이 섬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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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학 탐정의 탄생


이야기 속에는 다소 어려운 용어가 더러 나온다.

스쳐 지나가듯 들었던 단어도 있지만

민속학에 관심이 없다면 모를 단어도 많다.


하지만 민속학에 잘 모르는 '마철준'이라는 경찰이 수사 목적으로 섬에 들어오며

민속학자 민도치로부터 어려운 용어에 대한 설명을 듣는 식으로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한정된 공간, 섬.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

그리고 그 뒤를 추격하는 탐정.


마치 김전일이나 코난, 혹은 에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보는 것처럼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민속학자 민도치는 상황에 맞지 않는 어설픈 농을 던지기도 하는데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한차례 누그러뜨리면서도

익살스런 태도는 종종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김전일과도 닮아있었다.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탐정 만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사가 떠오른다.


한정된 공간이어서 더 그렇다.

그럼에도 누가 범인인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 점은 신비로웠다.


스님 중에 한 명일까?

마을 출신인 경찰 중에 한명?

대지주인 박한기의 딸이 범인인가?

나릿놀 마을 이장이 죽었으니, 우름곶 마을 이장이 범인?

점쟁이 출신이라는 백발의 마녀 춘자가 범인?


주요 용의자라도 드러나야되는데

민도치가 수사를 해나가고 있음에도 범인이 누구인지를 종잡을 수 없다.


사건의 진상을 알아냈다는 민도치의 추리를 읽으면서도

누가 범인인지를 모를 정도라서,

추리 소설을 꽤 읽은 거 같은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범인이 밝혀지고, 사건 개요를 듣게 되고

그러면서 범인이 몰랐던 수기와 감춰진 이야기를 알게 되는 순간

범인으로선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없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민속학이라고 하면 다소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이걸 소재로 한편의 추리소설이 멋지게 탄생했다.


유쾌하면서도 진중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민도치의 활약상이

시리즈로 이어져도 좋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연달아 썰렁한 농담을 쳐서 분위기를 망치는 건 좀 자제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한 스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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