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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회고록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19
김연진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평점 :
태초의 악을 자각한 말루스는 깨달았다.
'악'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인탈리엔.
어릴 때부터 공동체 생활을 하는 그들 사이에서 '말루스'만이 달랐다.
8살 무렵 친구의 펜을 훔치는 '옳지 않은 일'을 했고,
열살 무렵엔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위대한 인탈리엔 정신에 속하지 않는 것.
말루스만이 '악'을 깨우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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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다.
에스투스를 향한 말루스의 회고록.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다름을 깨닫게 된 말루스.
선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악'을 알게 된 건 고독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옳지 않은 일을 했음에도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웃으며 넘어가는 에스투스에게
말루스는 참아왔던 '악'을 내지른다.
사과를 요구해야하는 일이라고 말했음에도
에스투스는 장난으로 한 일에 무슨 사과냐며, 도리어 말루스를 걱정한다.
명백히 잘못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값을 치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말루스는 에스투스를 계속해서 쏘아붙이고
결국 무너져내린 에스투스는 눈물을 보인다.
다음날, 평소와 같이 웃는 모습의 에스투스는
말루스에게 가르침을 달라고 말한다.
말루스에게만 있는, '악'에 대해...
그렇게 시작되었다.
인탈리엔에 퍼지게 된 악의 씨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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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고독에서 출발하여
'우리'를 뒤늦게 알게 되는 이야기
착한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악'을 외치다.
태초의 악, 말루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혼자만 이방인이 된 상황을 상상해보고
그럼에도 곁을 지키고, 함께 해주는 누군가를 상상해보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말루스처럼 혼자만의 시간에 갇혀있지 않을까?
함께 해주는 누군가를 떠올려 밖으로 한 걸음 나오게 된다면
그렇게 해서 누군가와 함께 걷게 된다면
새까맣게 보이던 바다가 푸르른 옥색으로 보이는 것처럼
밝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말루스는 말한다.
악은 본질적으로 선과 같은 거라고.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주체에게 옳게 작용한다면 선이고, 그르게 작용한다면 악이라고.
악의 근원은 욕망과 맞닿아있지만,
진짜 행복은 욕망에 저항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에서 온다고.
선과 악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으면서도
'고독'과 '함께'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단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선악의 구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함께'라는 건 하나의 의미로 통할 것 같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삶을
걸어가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