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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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문어가 말했다.


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문어부터, 

마지막을 장식하는 고래까지. 

다양한 해양생물로 만들어낸 여러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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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말을 건네는 문어와 대게


정식 출간 전, 미니북을 통해 '문어'를 먼저 읽었었다.

그때는 '말하는 문어'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에 대해 궁금했었다.

농성장에 뜬금없이 찾아와 사진만 찍는

높은 자리에 있는 누군가를 나타낸 걸까?


하지만 여섯 편의 이야기를 다 읽은 지금은

이야기에 나오는 해양 생물 또는 외계 생물은

무언가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한 이야기의 한 줄기라는 생각이 든다.


'대게'에서는 러시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이길 것 같으니까 싸우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맞다.

이긴다는 확신이 있어서, 무조건 이길 수 있으니까 싸우는 게 아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잘못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할 것 같으니까.

열 받으니까.

그러니까 싸우는 것이다.


'상어'에서는 사기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병원에 가게된 가족의 상황과 맞물려

아닌 걸 알면서도 기대고 싶은 마음을 적어냈다.


그런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들.

아무 죄 없는 동물을 이용하는 못된 사람들.

그런 이들을 꼬집는 한편, 말하는 대게와의 만남이

이뤄지며 지난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개복치'에서는 어린 아이 선우가 아빠와 잠수함을 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비밀의 문을 찾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담고 있었다.


바다 위로 올라와 새들의 섬(?)이 되는 개복치

선우는 바다속에서 말하는 대게를 만나기도 하고

사경룡을 보기도 한다.


선우를 그곳으로 안내한 검은 정장 사람의 정체는 대체 뭘까.


이야기의 마지막에 검은 덩어리가 바다로 들어간 뒤에

위로 떠오르는 장면이 담겨 있다.

화자가 검은 덩어리라고 말하던 이는 고래였던 걸까.


사실 검은 정장과 검은 건물은

해양 생물체를 통틀어 비유적으로 표현한 걸까.


다소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잘 읽혀서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소설이란 느낌이 더 강했던 '개복치'가 재미 면에선 좋았지만

현실의 메시지를 담아낸 이야기로

잊었거나, 어쩌면 그저 지나가는 뉴스로 생각했던 화제를

다시 한 번 떠올려 생각해볼 수 있었던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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