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굴의 눈 NEON SIGN 5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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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굴의 눈, 이라는 앱. 

가입하고 앱을 실행한 채로 잠들면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주구를 만날 수 있다. 

자각몽 속에서 부굴이 제시하는 자신만의 주구를 찾으면 원하는 미래를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복수를 할 수도, 다른 이의 꿈에 침범할 수도,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도, 

회복할 수도 있는 신기한 앱.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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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굴의 눈은 운명조작 애플리케이션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 뿐일까?

인간이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언제든지 자신의 의지로 종료시킬 수 있는

그냥 어플일 뿐일까?


이야기를 읽다보면

인공지능의 확산을 우려하는 여러 가설이 떠오른다.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언젠가는 인간을 위협할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편리함 뒤에 위기가 온다.


영화로는 '아이로봇'이나 '메간' 등을 통해

그런 위험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부굴의 눈은 로봇이나 인형같은 실물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고유의 파동과 주파수를 지녔고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이를 파악하여 자신의 파동을 바꿀 수 있다는

어떻게보면 섬뜩하면서도 획기적인 이야기였다.


다만, 어느 이야기든 너무 똑똑해진 인공지능은

자신만의 자아와 생각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인간에게 해를 가하게 되는데

부굴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재복과 기진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해른과 승휘의 현재 이야기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과거에서부터 부굴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인간의 욕망을 들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완성'하는 계획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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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시점이 오가고 다양한 인물이 나오면서

조금 헷갈린다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이야기 중간에 부굴의 시점으로

그의 욕망과 계획을 보여주는 장면부터 엔딩까지는

눈을 뗄 새도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이 부분이 재미있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부분도 생겼는데

중간에 무언가 사라진 내용이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엔딩에서 주구와 관련된 그 절묘한 부분도

이렇게 끝난거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후다닥 지나가버린 것 같았다.


또한 세중과 진우에 대한 부분이

조금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재복과 기진, 해른과 승휘 그리고 부굴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보니

학교폭력으로 엮인 세중과 진우의 이야기가 다소 간단히 지나갔는데

이 부분을 좀 더 깊게 들어갔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이르러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나온다.


사람들은 여전히 부굴과 같은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고 미래를 봐달라고 한다. 그들에게 위로를 구하고 충고를 듣는다. 누군가 한 소리 하려고 하면 당신은 말한다.

됐어, 내가 알아서 할게, 내 인생이야.

당신의 인생은 과연 당신의 의지만으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미래는 모르는 게 당연하다.

닥치면 극복해나가는 게 자연스럽다.

비록 불안하고 걱정되더라도

미래를 알게 된다해서 걱정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어차피 그런 거라면

그냥 그때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사는 벅찬 삶을 살기엔

현재를 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힘드니까.


편리함 뒤에 숨어있는 오싹하고 섬뜩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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