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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평점 :

ㅊ ㅜ ㅇ ㅓ ㄱ 전당포
절벽 아래에 있는 곳.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그곳.
그곳을 찾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이곳에 맡긴다.
즐거웠던 추억, 속상했던 추억, 쓸쓸했던 추억
저마다의 추억을 맡기면 마법사는 값을 쳐준다.
아이들에겐 쉽게 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되었지만,
그 추억은 머릿속에서 지워지며 더 이상 나의 추억이 아니게 된다.
"스무살이 되기 전에 찾으러 와야 해.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찾으러 오지 않아."
"추억 같은 거,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니까."
추억의 소중함을 모르는 아이들은 점점 추억 전당포라는 것에 대해 잊게 되고
그렇게 자신의 추억마저 서서히 지워지게 된다.
이야기 속 리카와 메이, 하루토의 추억과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안타깝기도, 때로는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유키나리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선
처음엔 안타까운 마음이었지만, 갈수록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의 선택은 비난받는 쪽이 많을 것 같기는 한데,
한편으론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내가 지금껏 기억하고 있는 추억에
값을 매길 수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리카의 말처럼
추억 전당포를 반대한다는 그녀의 말처럼
추억은 그 사람만의 것이다.
다른 사람이 제멋대로 열거나 꺼내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추억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곤 한다.
추억? 그런 건 술자리 안주 같은 거지
추억? 그런 건 아무 도움이 안 되잖아
물론 또 다른 누군가는, 어쩌면 다수의 사람들이
추억이 소중하다는 것을, 오롯이 나만의 것이란 걸 알고 있다.
추억? 이따금씩 꺼내보며 그리움을 떠올리는 것
추억?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지어지는 것
나는 어떤 쪽일까.
기분이 안좋거나 울적할 때는 '추억 따위' 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기분이 좋거나 위로받고 싶을 때는 '추억의 책장'을 소중히 펼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정에 따라 오고 가는 그런 추억마저 없다면
추억 전당포에 맡긴 채로 지워진 기억만이 남아 있다면
그건 조금 많이 슬플 것 같다.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리카와 메이는 그곳을 졸업했고,
하루토도 그곳을 떠나겠지만,
앞으로 그곳을 찾는 아이들 모두가
20살이 되기 전, 추억을 되찾아갔으면 좋겠다.
'추억'이라는 건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오직 나만의 것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