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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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건널목에는 무언가가 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것. 

3호 건널목에는 유령이 있다. 야쿠자에 정치인까지 엮여있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여자. 

그녀의 진짜 이름을 뒤쫓으며 죽음의 진상에 가까워진다.



필름에 무언가가 찍혔다.

수수께끼의 피사체. 그 정체는 대체 뭘까.


심령 기획을 취재하는 마쓰다가 심령 사진 조사를 시작하자 전화가 걸려온다.

밤 1시 3분. 가냘픈 음성 하나만 들리는 전화. 여성의 소리만 들리는 전화.

매일 걸려오는 것도 아니다. 인지하지 못할 때만 걸려오는 이상한 전화다.


마쓰다는 심령 사진 조사가 살인 사건으로 일이 커짐을 느낀다.

그런데, 피해자의 이름도 신원도 불명이다.

카바쿠라에서 매춘을 했었다는 사실 하나 뿐. 그녀를 아는 사람은 정말 없는 걸까?

단순한 취재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밝히고 싶다. 알아내고 싶다. 그녀가 누구인지, 그녀는 왜 죽어야했는지.


이야기는 물 흐르듯이 진행된다.


3호 건널목에서 시작한 취재는 살인 사건의 장소로, 그리고 피해자의 신원을 뒤쫓는 것으로 이어진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밝혀져야 심령 기사를 쓸 수 있으니까.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취재를 이어갈수록 이야기는 깊어진다.

심령 사진의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건널목 유령'에 점점 가까워진다.


정체를 감추고 살던 여자.

잠시나마 그녀와 룸메이트였던 '에미'

카바쿠라 업소를 통해 조금씩 가까워지던 마쓰다는

이 일에 야쿠자와 정치인까지 엮여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끝에 그녀의 고향까지 알아내며

마쓰다는 자신의 일을 완수하지만, 그건 개운하지 않은 일의 마무리였다.

그깟 정보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녀에 관해 대체 뭘 안다고.


그녀의 인생은, 그녀의 상처입은 영혼은

그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가십거리 같은 게 아니었다.


유령이 되면서까지 떠나지 못하고 머무는 그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알아달라고 말하는 그녀.


이야기를 읽어가는 동안 마음 한켠이 답답해졌다.

세상은 그 사람을 하나의 이미지로만 기억해버린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그러한 것처럼, 그 사람은 영원히 그럴 거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다.

그 선택을 해야만 했던 사연이, 그럴 수밖에 없던 상황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 그녀의 사연이 밝혀지는 후반부가 가슴아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돌아가고 싶었을까.


마쓰다로 인하여 건널목은 이제 조용해졌다.

마음 속에 남아있던 아내도, 건널목을 서성이던 그녀도

다른 세계로 가 버렸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살아있음에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버텨왔던

그녀의 영혼이 마침내 고향에 다다랐기를 바래본다.


그깟 정보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녀에 관해 대체 뭘 안다고.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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