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여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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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갑자기, 내 책에서 떨어졌다고 말하는 그녀 '빌리'

아무래도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닐까? 어쩌면 스토커이거나 한 몫 챙기려는 여자일지도 모른다. 당장 내쫓아야한다. 그런데, 그런데 그녀의 말을 점점 믿게 된다.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런 일이 생길 리가 없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빌리'가 내 삶에 떨어졌다.


사랑을 잃은 불행한 남자

오로르와의 사랑이 끝나던 그 순간,

톰 보이드는 무너져 버렸다.

삶의 이유마저 잃어버렸고, 글을 더 이상 쓸 수 없었다. 백지공포증.

수면제와 약물에 의존했고, 글자와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절친 '밀로'와 '캐롤'의 격려도 소용없었다. 상황은 좋아질 기미도 없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빌리 도넬리가 누군지 몰라요?

그런 톰의 삶에 빌리가 툭- 떨어져내렸다.

야심한 새벽에 톰의 집을 찾아온 여자.

아니, 톰의 집에 떨어진 여자.

그의 책에 등장하는 보조주인공 '빌리 도넬리'

황당하고 믿을 수 없는 그 일로 인해

톰의 삶이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와의 동행을 시작했다.

정신병원에 갇힐 뻔한 위기에서 탈출한 뒤,

톰은 빌리와 함께했다.

빌리는 톰의 전여친 '오로르'와의 재결합을 돕고

톰은 책 속에서 '빌리'의 삶을 더 좋게 만들기로.


그러는 사이 톰의 절친인 밀로와 캐롤도 그를 뒤쫓는다.

책 속에서 여자가 떨어졌다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으니까.

그를 이대로 두면 안 되니까.


순탄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여정은 이내 위기를 맞는다.

빌리가 잉크를 토해내며 쓰러져버린 것.

호텔 내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오로르의 추천을 받아 프랑스에 향한 톰은 빌리를 구할 방법을 떠올렸다.

하나 밖에 없다. '그것' 하나 밖에.


톰은 3권을 집필할 수 있을까.

책을 끝마치고 빌리를 구할 수 있을까?


멕시코, 프랑스, 로마, 미국, 한국

그들의 여정은 몇 주에 불과하지만, 두 사람과 친구들,

그리고 그의 책 한 권이 가는 곳은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파쇄되지 않은 그의 책 한 권의 여정은

절묘하다 싶을 정도로 세계 곳곳을 다닌다.

(그 중, 한국의 등장은 괜히 반갑기까지 하다.)


쓰레기통에서 중고장터, 요양병원, 비행기, 카페, 서점

가는 곳도 다양하고, 그 책을 잠시나마 가지고 있던 이들의 이야기까지 들려주며

단 한 권의 책이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걸 보여준다.


종이 여자의 큰 틀은 톰과 빌리, 밀로와 캐롤의 이야기지만,

소소하게 언급되는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빌리는 정말 종이 여자인 걸까?'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의문이 따라다닌다.

가짜가 아닐까, 사기가 아닐까.

톰 역시 그런 의문을 품었지만,

잉크를 토하고, 하루 아침에 백발이 되는 변화는 믿을 수밖에 없다.


"그녀는, 빌리는 종이 여자다."


그리고 어느샌가 톰은 그녀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재미있다.

2010년에 출간되었던 종이여자.

2023년에 리커버로 다시 읽게 된 종이여자.


오래 전에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었다.


'나는 사랑이야기가 없는 작품을 상상할 수 없다'


그렇게 얘기했던 대로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욤 뮈소의 작품은

언제나 실망하지 않는다. 사랑이야기를 중심으로하여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이여자의 여정과 후반부의 반전은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기욤 뮈소의 초기 작품은 무엇 하나 빼놓을 수없이 재미있지만,

'종이여자'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재미에 깔끔한 엔딩이었다.


13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난

종이여자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

'내 이야기' 속의 종이 여자를 떠올려 보았다.


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나 역시 글을 쓰는 글쟁이니까 말이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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