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5 (완전판) - 장례식을 마치고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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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설 연휴를 맞아 정체를 피해 고향에 내려갈 생각에, 그동안, 어쩌면 시간을 보낼 요량으로 크리스티 소설을 내리 세 권을 읽는 중이다. 몇 년 전에 읽은 작품도 대강의 플롯은 기억나나 다행히(!) 범인이 누군지만큼은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시 읽어도 '좋은' 크리스티이기에.

 

긴 겨울밤,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푹신한 소파와 따뜻한 차 한 잔(또는 한 잔의 술)을 준비한 뒤 심농의 소설을 마지막으로 장착(?)하면 거기가 무릉도원(내지는 윈터원더랜드?)이라는 작가들의 글을 꽤 봤는데, 내게는 크리스티가 그렇다(프랑스어 전공자임에도 아직 심농의 매력을 '확실히' 찾아내진 못했다). 언젠가 읽은 파트리치아 구치(그 '구치 家'의 증손녀라고)의 책에는 아델피 출판사의 심농 전집을 서재의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읽고 또 읽는 지인 얘기가 있었는데, 이제 한국에도 심농 전집(정확하게는 '메그레' 시리즈)이 나왔으니, 시간을 더 두고 탐구해 볼 일이다.

 

얘기가 잠시 심농으로 흘렀는데, 이 크리스티 전집의 만듦새도 딱히 나쁘진 않다. 판형이 좀 작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 정도야 뭐 한국어로 얼마나 잘 변신했는가 하는 문제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 내가 이 전집에서 몇 권을 읽었는지(읽고 또 읽고 한 게 많아서)를 확언하지 못하니, 다음의 문제 제기가 조심스러워지는데, 요즘 말로 "믿고 읽는" 크리스티 작품 중에서 중박 이상은 가는 이『장례식을 마치고를 읽으며 나는 탄식을 금치 못했다. 지금껏 본 그 어느 책보다 교정 오류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틀리나 싶은 게 출몰하는데, 화가 난다기보다 안타까웠다.

 

이런 전집 작업은 여건상 교정(과 교열 역시) 수준을 동일하게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철자와 간혹 나오는 문법 오류만 잡아내면 되는 알파벳 언어와 다르게, 한국어에는 미묘한 띄어쓰기 문제가 존재하는 탓이다. 기적적으로 전권을 한 사람이 도맡았다 하더라도 결과물이 같을까 싶을 정도니, 70여 권이 넘어가는 전집에서 각 권의 완성도 문제는, 어쩌면 문제 삼지 말아야 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의 반 이상을 크리스티 팬으로 살아온 나는 그래도 아쉽다. 훗날 서재 비슷한 걸 갖게 되고, 누군가가 심농에게 한 것처럼 가장 목 좋은 자리를 내주고 싶은 크리스티이기에, 이것보다는 잘 만들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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