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여자의 인생에 답하다
마르기트 쇤베르거.카를 하인츠 비텔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꽤 설득력 있는 레퍼런스가 되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유문화사, 2009)을 떠올렸다(출간 시점을 고려할 때 제법 많은 서평이 달린 걸 보니, 이런 종류의 책을 찾는 독자가 꽤 되는 모양. 서평을 올린 모든 분들에게 더다의 책 역시 읽어 보길 권한다). 책을 덮자마자 참을 수 없을 만큼 읽고 싶어진 책은, 조르주 심농의떠나는 기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남자였다. 이유인 즉, 작가가 쓴 대로 늘 메그레여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나름 충실하고도 능동적인 독서를 끝낸 뒤 곧바로 착수한 작업은, 원제의 ‘100 Romane’에 대한 내 합리적(?) 의혹을 해소하는 일이었다. 프랑스어 전공자라 같은 로망스어는 어느 정도 의미 파악이 되는 편이지만, 독일어는 사정이 다른데, 그래도 100 Romane 너무 뻔했다. 딱 봐도 100편의 소설이 아닌가. 그렇다면 의문이 꼬리를 문다. 100편의 소설 묶음에서 떨어져 나간 25편은 무엇일까? 이 출판사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오해 마시기를. 출판사가 원서를 헤집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번역 계약을 할 때 편집권에 대한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줄로 안다. 해당 언어권 사정에 맞게 변형이 가능하도록 원출판사에 사전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그래도 버려진(!) 소설 25편의 행방을 알고픈 갈증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원제를 어설프게나마 해석하면, ‘즐거운(/행복한) 여성독자 : (일상의) 모든 상황에서 읽는 100편의 소설쯤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독일에서 이 책을 찾으니 다행히 e북 첫머리가 실려 있는데, 차례를 보니 아주 담백하다. 표제어는 사랑과 성’, ‘직장(/커리어)’ 죄 이런 식이다. 소설은 가장 앞에 놓인 두 편만 확인할 수 있었다. 헤밍웨이와 아룬다티 로이의 그것. 로이도 한국에 어느 정도 알려졌다 보는데, 빠진 걸 알게 되니 아쉽다. , 출판사 나름의 기준이 있었겠지 한숨지을 뿐이다.

 

위의 100자평은 예쁜 표지, 그럴듯한 제목, 절실한 목차에 낚이지 말것을 경고(!)하고 있는데, 나는 감히 단언한다. 행여 이 책을 그렇게 낚여서읽었다 해도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하고 던져 버리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나도 좋은 문장쯤은 볼 줄 안다. 그렇다고 이 책의 문장이 좋다는 건 아니다. 책이 목표하는 바를 추구하는 데 장애 요인은 되지 않는 정도로 무난한 편이다).

 

기억이 맞는다면, 언급한 마이클 더다의 책과 이 책75편으로 편집된 한국판 기준에 공통적으로 실린 소설은 단 한 편으로, 대프니 듀모리에의레베카. 더다와 쇤베르거&비텔 콤비가 에 포커스를 맞춘 부분은 다르지만, 이쯤 되면레베카를 찾아 읽지 않을 수 없다. 나도 최근에 읽었는데, 작중 화자인 여성이 미래의 남편을 요상한 상황에서 처음 만나는 몬테카를로 (영화라면) 시퀀스에서 확 빨려 들어가 버렸다(이 말인즉 도입부는 요즘 독자에겐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새 세상’(!)이 열린다는 것). 당연한 얘기지만, 독서는 결국 물고 물리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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