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으로 사라진 여자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프레스21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이제 막 한 프랑스문학주간지 사이트에서 다이 시지에의 새 소설 기사를 읽었다. 그가 소설을 또 썼다니 왠지 기쁜 마음이었다. 영화 <소설 속으로 사라진 여자(원제: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 처녀)>를 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소설은 그래도 번역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새 소설 제목은<디의 콤플렉스/콤플렉스 디>이다). 그리고 번역이 된다면 프레스21에서 또 맡아 주리란 기대감에. 그런데 검색 결과에 놀랐다. 절판이라니! 읽은 지 1년도 더 지난, 이 책의 서평을 써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작가는 문화혁명의 희생양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영화감독이어서일까? 상황 묘사는 가히 일품이다. 전공자인 내게도 지루한 텍스트였던 발자크의 작품을 모티프로 삼으면서도 기발한 유머와 제법 애틋한 사랑 덕에 술술 읽히는 소설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작가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게 하지만, 중국 태생이면서도 프랑스어를 자유로이 주무르는 작가를 질투하게도 만든다(이 소설에 빠진 나머지 프랑스원서도 사 보았는데 꽤 어려웠다).

작가 자신도 그 피해자였던 중국현대사의 한 부분을 개인의 문제로 끌어들여 한 편의 영화처럼,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펼쳐 보이는 능력. 한국소설 중에서도 역사문제를 이만한 재미와 스케일로 다룬 작품이 있다면 한번 비교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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