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는 왜 반칙인가? - 근대 축구 탄생의 사회사
나카무라 도시오 지음, 이정환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뭔가를 좋아하는 일은 간단치가 않다. 어느 시점이 되면 더 이상 단순히 '좋아하는' 행위만으로는 부족하다. 행위를 지속하는 동시에 이론적 접근을 병행하게 된다. 쉽게 말해 관련서적을 탐독하는 일이다.

내게는 영화, 오페라(이제는 열정이 팍 식어 버렸지만)가 그랬고 정도는 약했지만 현대음악과 재즈가 뒤를 이었다. 축구는, 관련서를 읽기 전까지 몇 년간은 게임을 보는 데만 집중했다. 리그와 클럽, 선수들을 익히고 나니 그 역사가 알고 싶어졌다. 게임을 보는 눈을 좀더 키울 필요를 느껴 온라인 축구카페에 가입했다. 정보는 차고 넘친다. 미처 다 쓸어 담지 못할 정도다. 이제는 조금 다른 각도의 접근을 시도해야지 않을까, 생각되기 시작했다.

<오프사이드는 왜 반칙인가?>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저자는 고교 체육교사시절 한 학생으로부터 받은 질문을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오프사이드 규칙이 있기까지 영국 풋볼(책속에서 저자는 축구대신 이 단어를 사용한다.)의 모습을 조망한다.

책은 기본적으로 논문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근대 축구 탄생의 사회사'란 부제가 따라붙은 만큼, 풋볼이 시작되고 지금의 형태를 취하기까지 영국사회 변화상을 병렬식으로 풀어놓는다. 표제가 붙은 각각의 장에서 독자는 저자가 감질나게 던져주는 단서를 그러모아 '오프사이드는 이렇게 해서 반칙이 되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에 이른다. 저자의 표현처럼 드라마틱한 격론은 어디에도 없다.

이는 결국 저자의 추론에 따른 하나의 주장이다. 학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 길은 없다. 그러나 훌륭한 논문들이 으레 그렇듯 저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한 규칙인 오프사이드가 반칙으로 정착되는 과정을 풍부한 참고서적, 자료, 도표를 통해 충실히 밝혀들어간다. 스포츠 규칙에 있어 '왜?'라는 질문이 지닌 무게를 강조하면서.

사회사를 다루는 만큼 과정은 약간 산만하게 보인다. 이야기를 쫓아가느라 큰 줄기를 망각하거나 저자와 같은 정도의 궁금증을 갖지 않는 독자라면 지루하게 읽힐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그 반대의 독자에게 이 책은 월드컵 이후 쏟아지기 시작한 축구관련서 가운데, 가장 진지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읽을 거리로 다가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저자는 두루뭉술하게 처리한다. '그래서 A는 B가 되었다.'라고 속시원하게 말해주진 않는다. 앞으로 스포츠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관련 종사자들에게 쓴소리를 남긴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저자의 노력에 존경심 마저 생겼다. 한 위대한 시대 전체보다 위대한 한 명의 사람이 월등하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 실감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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