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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ㅣ 가랑비메이커 단상집 1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0년 9월
평점 :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것 처럼 가랑비 메이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든다. 사실 처음 알게된 작가의 책이지만 이 책이 그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시같기도 하면서 에세이 같은 그녀의 글들은 묘하게 매력적이다. 독립출판 베스트로 5년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인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녀의 글들을 읽으며 머리속에는 혼자만의 상상이 시작된다. 서로를 갉아먹기에 사랑함에도 떠났다는 이야기에는 사랑을 주기만 해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우리는 어째서인지 서로에게 감정을 퍼붓기도 하고 상처를 남기며 서로의 영혼을 갉아먹는 소모적인 연애를 한다. 나에게도 그런 적이 있었기에 공감이 되며, 이런 장면이 잘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이 외에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 또한 허기보다 참기 힘든 것은 불편한 속이라는 이야기에 공감이 되었다. 20대에는 아무리 술을 마시고, 잠을 자지 않아도 피로하다는 느낌을 몰랐는데, 30대가 되어 보니 몸이 하는 말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몸에더 예민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궁금하다.
이처럼 그녀의 글을 읽으며, 아득한 새벽의 청춘을 지나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알아도 모른척하고, 몰라도 아는 척하는 바보가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쓸씁하면서도 맞는 이야기 것 같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도 했다.
어른이 되어도 어린아이처럼 스웨터 사이에 송송들어 오는 바람을 안고, 햇볓을 쬐며 하루를 낭비하고 싶다고 말한다. 참 기분 좋은 낭비법이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따스하다. 그런 행복한 내가 되어서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안아주며, 나를 다독여주고 싶다.
가장 귀한 것은 지금 여기 이 순간의 감정과 기억들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는 감정과 기억들을 그녀는 붙잡아 책 속에 담았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자니 내가 놓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글은 168페이지의 <흐르는 모든 것을 애정해>
문장과 장면들
흐르는 모든 것들을 애정해.
저 깊은 어딘가에 남기고 싶어져.
언제나처럼 머물지 못할 것을 알기에.
지금 이 모든 것들도
결국 흐르게 될 것을 알기에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위로가 돼.
그래서 흐르는 것들을 애정해.
나도 이런 마음 가짐으로 하루를 살아가며, 앞으로는 나의 이야기를 기록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