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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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라는 물건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타자기가 주는 묘한 매력은 알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또한 타자기를 가지고 있고, 그 것으로 글을 쓴다. 엄마가 가졌던 작가의 꿈을 딸이 대신 엄마의 타자기로 글을 쓰며 이어 간다. 엄마는 원치 않은 임신으로 결혼을 했고 그로 인해 꿈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대신 그 임신을 무기로 친정 식구들이 시댁을 협박하였기에 더 이상 돈 걱정하지 않고, 살수 있게 되었으나 자신은 시댁 식구들로 부터 심한 폭언과 폭행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책의 주인공이자 그녀의 딸인 지하 또한 사람 대접 받지 못하는 그런 집으로부터 독립을 결심한다. 그 집에서 도망가지 않는 엄마를 대신해 자신이 나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타자기로 엄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내려 간다.


지아가 쓰는 소설 책이 지금 내가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게도 엄마의 이야기와 지하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엄마는 현재 지하실에 갇혀 있고, 딸이 직접 쓴 <조용한 세상>이라는 책을 읽게 된다. 책을 읽는 그녀는 자신은 처음부터 길들여지길 자청하고 들어 왔기에 부당한 생활 또한 감내 하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의 딸은 당당하게 맞서 싸웠기에 그 집을 스스로 박차가 나갈 수 있었음을 말이다.


지하는 뉴욕에 불시착하여 이든을 만나 살고 있고, 글을 쓰고, 한국에서 자신의 소설 책을 내기 위해 순간이동 능력으로 한국으로 가기도한다. 신기한 능력이 있다. 종종 지하의 이야기가 진행 될때는 순간이동과 시간 정지에 대해 나오는데, 이 장치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다. 책 속에 종종 등장하는 로그인과 로그아웃이 단지 듣지 못하는 지하가 세상을 향하는 귀를 닫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비밀이 밝혀지면서 나는 더 책 속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책에 빠져들며 읽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지하가 당당하게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고, 다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과 지하의 엄마 또한 이제는 자신의 인생을 찾기로 하는 모습을 보고 책을 읽는 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기도 했다. 그리고 6년 뒤 더 나은 모습으로 이 모녀가 행복하게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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