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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 기혼도 미혼도 아닌 괄호 바깥의 사랑
정만춘 지음 / 웨일북 / 2020년 5월
평점 :
동거라는 주제로 책이라니.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구나 싶다. 당당하게 동거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 기쁘다. 보수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는 통금시간이 있었고, 외박 허락을 받기란 하늘에 별따기와 같은 일이있다. 이런 구속이 싫었기에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또래보다 빠른 결혼으로 부모님의 그늘에서 탈출 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쉽게 결정해버린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지내고 있음에도 마음 한편으로는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저자처럼 결혼이 단순히 좋아해서 같이 산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좀 더 막중한 책임감에 대해서 생각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러니 저자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어서 결혼하고자 한다면 그 전에 동거를 하며 일단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결혼을 하게되면 쉽게 무를 수가 없다. 그러나 동거는 다르다. 언제든지 마음이 바뀌면 다시 서로의 집으로 각자 짐을 옮기기만 하면 끝이다. 누구의 간섭과 허락도 필요하지 않는 자유로운 관계라는 점이 결혼과는 다르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하루종일 같이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단점 또한 있다. 서로의 생활 환경을 공유해야 하다 보니 서로의 생활과 더불어 살림살이, 그리고 아끼는 책들처럼 섞이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한 포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혼자 만의 시간으로 자연인처럼 보내고 싶어도 그럴 순 없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결혼은 그 보다 더 큰 어려움들이 많으니 저자가 그토록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것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나 또한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결혼을 하고 직접 겪어 보니 알게 되었다. 남편의 가족들을 내 가족처럼 챙기는 것이 내 성격상 무척이나 버거웠으며, 결혼 했다는 이유로 아이를 둘 이상 낳아야 한다는 시부모님의 잔소리아닌 잔소리가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이처럼 결혼 했기에 져야 하는 책임감과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출산과 육아, 그리고 여자에겐 무한한 희생과 남자 에겐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가장의 압박감이 결혼은 동거보다 무서운 제도임에 틀림 없다.
저자가 직접 겪은 4명의 상대와 동거스토리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마지막 동거 상대는 반전아닌 반전을 선사하기도 해서 놀라웠다. 서로가 일을 그만두고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것은 신혼부부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 단지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이지 않았을 뿐이다. 책을 읽고 보니 어쩌면 나도 결혼에 적합한 인간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저자처럼 동거를 통해 내 자신을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나는 지금쯤 다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