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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계절이라면
윤인혜 지음 / SISO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시집은 참 오랜만이다. 긴 글에 지쳐 펼친 책 이었기에 여백이 많은 시집으로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우리가 계절이라면' 제목부터 감성적인 느낌과 함께 책 표지의 사진 배경 또한 메마른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변해가는 하늘의 색과 깜깜한 하늘에 있는 수 많은 별들이 있는 표지를 보고 있으니 내 마음 또한 차분해지는 것 같다.
지금의 날씨나 계절감으로 딱 어울리는 책이다.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손끝과 발끝을 따뜻한 이불 속에서 묻고, 한 줄 한 줄 읽어내려가는 시집은 행복감을 전한다. 비록 이 시를 쓰는 시인은 몇날 며칠을 고민하며 썼을 지라도 읽는 우리는 단숨에 읽어 내려 간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구절은 계속해서 마음에 걸려 있기도 한다.
오후 3시는 나른함이 최고조인 시기다. 꽃이 피는 봄이 오면 누군가에게 시를 쓰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나의 마음을 따사롭게 녹여줄 봄꽃을 기다리기도 한다. 기다리던 벚꽃이 피어오르면 곧 떨어질 벚꽃 잎이 아쉬어 그 시간이 멈추었으면 누구나 생각한다. 그 느낌을 시로 만날 줄이야.
저녁 6시의 여름은 무더위가 한풀꺽인 휴식같은 시간이다. 하루종일 쨍쨍하던 해가 한풀 꺽이면서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여름은 점점 깊어 갈 것이고, 여름은 무탈하게 자신의 자리를 다음이에게 내어 주고 지나갈 것이다.
밤 9시의 가을은 외롭지만 낭만적이다. 날아가 버린 것에 대한 후회와 실망감도 있지만 수많은 가을을 겪어 내고 나면 이내 마음을 다잡고 날아가버린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나는 멀었다. 얼마나 더 인고의 가을날을 보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첫시작인지 아니면 끝인지 모를 겨울의 밤은 고요하다. 어둠이 내린 밤, 바람소리에 잠 못들기도 하고 추운 겨울이 싫다며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리기도 한다.
계절감이 느껴지는 시를 읽으면서 지나간 계절과 시간들이 그립기도 하다가도 지금의 계절에게 더 애정이 솟아나기도 했다. 이처럼 흘러가는 계절을 책으로 읽을 수 있어 감동스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