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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일 :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
전혜진 지음 / 구픽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임신과 출산을 하고 난 뒤에 읽게 된 것을 무척이나 고맙게 생각한다.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임신이 얼마나 힘들며, 여자에게 불합리한것인지 알게 되어 선뜻 임신을 해야 겠다고 마음먹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이유로 어느 누구도 임신을 하게 되면 여자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 그저 임신과 출산을 여자가 결혼하면 가지게 되는 의무 중의 하나라고 쉽게 말할 뿐이다. 하지만 임신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닌데, 남자들은 모른다. 아니 자신들 또한 임신을 하고 아이를 키웠음에도 여자의 임신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어른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꼭 여자의 의무가 임신과 출산인 것 처럼 떠들어 대는 사람들이 말이다.
요즘 세상에서 여자가 일을 하다보면 결혼과 임신은 당연하게 늦어진다. 그래서 임신이 안되어서 전전긍긍하고 불임병원을 찾아 노력하는 것도 여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왜 이 모든 것이 여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우리 사회가 넘어야 문제들이 많다는 것이 책을 읽으며 수없이도 느낄 수 있었다.
책 속에는 4명의 여자들이 등장한다. 모두가 결혼을 했고, 하나 둘씩 임신을 하기 시작한다. 지원이는 승승장구 앞에서 임신으로 좌절을 겪었다. 남편은 축하를 받지만 자신은 원하던 부서로의 발령이 좌절되고,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일들이 물거품이 되었다.
선경은 회사일로 두번이나 넘는 유산을 경험했지만 회사는 자신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것처럼 또다시 힘들게 임신한 자신을 전혀 배려해줄 생각이 없다. 여자들은 임신을 하면 자신의 캐리어든 자식이든 하나는 잃는 것이라는 생각에 크게 감정이입 되었다.
뿐만 아니라 비교적 자유로운 직종에서 일하는 재희와 은주 또한 임신으로 인해 자신이 그동한 해 온 일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보면 임신은 여자에게 축복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진다.
책속에서 지원이가 "지속적인 국가경쟁력 좋아하네! 내 자궁에 뭐 맡겨놨어?"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이야기를 보면서 나에게도 둘째 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임신 기간 중에 힘든 일은 없었지만 출산의 기억이 썩 유쾌하지가 않아서 두번의 임신은 하고 싶지 않은 나에게 만나는 사람마다 둘째 타령을 하니 나 또한 그녀처럼 화가 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녀 계획은 부부둘만의 문제임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우리사회가 답답하게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