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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의 이야기들로 늘 새롭다. 이번 소설 또한 무척 기대가 컸는데 500페이지에 가까운 양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하니 손에서 놓기 싫을 정돌도 순식간에 읽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프롤로그와 이어지는 이야기의 결말이 무척이나 참신하고 놀라웠다.
<인어가 잠든 집>은 물에 빠져 거의 뇌사상태인 딸 미즈호를 포기하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련스럽게도 끊임없이 딸은 죽지 않았다고 확인하려는 듯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서 미즈호가 자발적으로 호흡이 가능하도록 인공 수술을 하고, 몸에 전기 자극을 줘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도 움직이는 훈련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딸의 몸을 그녀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막 움직이면서, 3년 넘게 집에서 간호한다. 억지로 떠나지 못하게 붙잡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부모가 되고 보니 그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중한 자식을 어찌 그리 허망하게 보낼 수 있을까. 한순간이라도 잡아두고 싶은게 부모의 맘일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과연 미즈호 자신은 이 상태를 어떻게 생각할지? 과연 행복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점점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오루코는 자신의 딸이 살아았다고 믿지만 다른사람들은 그저 죽어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자신의 딸을 죽이면서 까지 자신의 고집을 내보인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살인자 인지 무죄인지 사람들에게 묻는다. 진짜 미쳤다고밖에 생각이 되질 않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기 시작한다. 오래도록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딸을 상태를 보면서 과연 이 선택이 맞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들어낸다. 그럼에도 사고 후에 바로 보내줬다고 한들 그 역시 미련이 남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가 스스로 떠나보낼 준비가 될 때라면 이야기는 다를 것이다. 본인의 딸은 떠났지만 그로 하여금 다른 아이가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딸 미즈호만 보고 살기에는 그들에게는 또다른 자식이 있다. 딸에 대한 가오루코의 집착으로 남은 가족이 불행하다면 미즈호 또한 편안하게 떠날 수 없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만약에 나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하는 생각으로 읽었지만 마지막순간까지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다만 이런 심오한 주제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