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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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죽음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난 건 결혼식 한달 전 외할아버지셨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특별한 기억이 많지 않은게 사실이다. 할아버지가 편찮으셨을 때가 많았기에 함께한 추억이 많이 없었던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슬펐지만 그 죽음이 가까이서 느껴지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나고 나는 예정대로 결혼을 했다. 그 때 엄마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슬픔과 큰딸을 보냈다는 느낌에 외로움을 크게 느끼셨었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이야기하셨다. 그렇다. 할아버지는 엄마의 아빠였다. 그 슬픔을 결혼 준비하는동안 티내지 않으시려고 부단히 노력하신 것 같다. 상실감, 공허함, 외로움들을 온전히 이겨내신 엄마...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얼마나 슬프셨을까. 내가 엄마였다면 정말 힘들었겠구나 싶다.


이 책은 죽음 보다 이별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어울린다. 당장 죽을병은 아니지만 서서히 뇌가 정지하는 치매라는 병을 갖고 있는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노아가 따뜻한 이별준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치매, 죽음 하면 흔히 두렵고 무섭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은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매일 매일 이별을 준비해가는 그 시간들이 너무 따뜻하고 포근하다.

소설을 펼치고 처음부터 읽어 내려갔다. 무언가 신비한 느낌, 그런데 장소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나침반도 지도로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이 둘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할아버지는 계속 이 장소, 공간이 매일 매일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는 말을 반복한다.

바로 이 장소는 할아버지의 머릿 속이다.
"여기는 내 머릿속이란다. 노아노아. 그런데 하룻밤 새 또 전보다 작아졌구나."

할아버지는 손자를 너무도 사랑하기에 그의 이름을 항상 두번씩 불러준다. 사랑이 곱절이 되는 느낌이랄까...

그는 바쁜 수학자의 삶을 살았다. 아마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바빴기에 아들과 많은 추억을 만들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아들에게 함께 해주지 못해주었던 미안한 마음을 가득담아 손자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더 잘해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손자는 자신과 아들을 연결하는 다리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시와 같이 감각적인 글들이 참 많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 한권의 따뜻한 동화책 같은 시집?!이랄까? 어른을 위한 동화, 아이와 함께 읽는 따뜻한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중간 삽화들도 소설의 내용을 잘 담고있고 상상하게 만들고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아이가 할아버지에게 머리속이 아픈지 묻는 장면에서 할아버지가 한 이야기.

"주머니에서 뭔가를 계속 찾는 기분, 처음에는 사소한 걸 잃어버리다 나중에는 큰 걸 잃어버리지. 열쇠로 시작해서 사람들로 끝나는 거야"

이 장면이 짠하고 참마음에 와닿는다.
치매가 점점 심해질 때 느끼는 감정, 상실감, 두려움을 함축한 의미같았다.

이 책은 정말 얇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이전 소설들은 꽤 두꺼웠다. (아니 많이 두꺼웠다. 물론 흡입력이 강한 소설들이라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러나 이 얇은 책이 주는 감동과 울림은 꽤나 강하다. 얇은 책을 덮은 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잊혀진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그 시간들을 더 소중히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시간들이 이렇게 꼭 필요하다 생각된다.

계실 때 잘하자.!! 더 사랑하자!!!는 마음이 가득 들게하는 이 책. 별 다섯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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