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사랑의교회 사태에 대한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의교회에서 옥한흠 목사와 오정현 목사 사이에 리더십이 옮겨지는 과정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목회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목회를 하고 있는지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사실 교회와 목회자를 취재하다보면, 번드르르한 말들과 교회 특유의 온유(?)한 분위기에 취해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보게되는 경우가 많다.

오정현 목사의 경우도 그렇다. 오 목사가 처음 사랑의교회에 왔을 때 옥 목사님이 후임으로 세운 사람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몇번 설교를 들어보았는데, 결국엔 어떻게 저렇게 (허술하게) 설교를 할 수 있을까 실망했다.

당시 사랑의교회 주변 분들에게도 몇번이나 이런 의문을 이야기했는데, 다들 오 목사님을 옹호하고 좋은 얘기를 해주셨다. 그 분들은 지금 거의 다 사랑의교회를 떠나셨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 분들이 내게 그런 얘기를 한 것도 옥 목사님의 당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실망과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40일간의 특별새벽기도회를 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모습을 보며 '역시 내가 보지 못한 무언가가 있었구나. 사람들은 그것을 느끼고 알아채고 모이는구나. 옥 목사님도 그런 것을 보셨던 것이구나'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이 책에서 옥성호씨는 결국 그 특새가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부친인 옥 목사 마저도 그 위험을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 왜 옥한흠 목사는 오정현 목사를 후임으로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에 옥성호씨는 '교회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답을 내린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의심하면서도 계속 밀고 나갔고, 의심이 불신이 된 뒤에도 포기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평범한 결론이지만, 공감이 된다. 안타깝다.

사랑의교회와 오정현 목사가 부디 좀 더 성숙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그래서 옥한흠 목사님이 천국에서라도 그 모습을 보고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나는 아직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후.. 이런 얘길 쓰고 나면 꼭 내가 이런 얘길 할 자격이 있나 하는 자책감이 든다. 나는 훨씬 더 부족하고 못난 죄인인데... 내가 잘나서 준엄하게 꾸짖는 톤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같은 시대에 '기독교인'이라는 같은 이름표를 달고 있는 사람으로서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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