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
아이린 파드빅.바버라 레스킨 지음, 황성원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동과 대가의 상관관계에 대한 부당함을 느끼는 이들

노동량 총계와 성별의 상관관계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하여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는 이들

내가 사랑하는 나의 딸을 위한 미래를 준비하고 싶은 부모들

꼭, 읽어보기를 추천.


이 책은 미국의 노동현장에서 나타난 #젠더 (gender)에 따른 노동에 대한 객관적 연구결과를 보고하는 책으로 전문분야의 책이긴 하지만 어렵지 않게 쓰여졌기에 누구나 읽고 공감 혹은 분개할 수 있다.

또한, 옮긴이의 친절한 #역주 표시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으므로 사회학분야의 책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도 이해가능한 범주의 책이다.

총 7장으로 구분된 이 책은 평소 여성노동자로서 사회에 더불어 살아가는 나에게 궁금했던 다소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내용으로구성되어 있다.

제 1장 남성의 노동, 여성의 노동

제 2장 노동에 붙은 성별 꼬리표

제 3장 직장에서 벌어지는 성 불평등

제 4장 노동 현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분리되는가

제 5장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

제 6장 남성은 왜 더 높은 임금을 받을까

제 7장 직장과 가정이 부딪힐 때

-책의 구성

책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충은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그 이유들이 대부분이다.

즉, 성의 구별에 따른 노동의 격차는 사업주의 성향, 사회적관념, 고정관념, 기대치, 사회학습, 종교, 산업화의 정도 등 다수의 요인에 의하여 차별 혹은 구분되어지는 것이다.

그 내용을 조금 더 분석하여 통계로 수치화 하여 결과를 분석해 낸 것이기에 신뢰하며 결과를 받아 들일 수 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노동현장에서의 성역할 인지 및 성역할에 대한 보완점을 개진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젠더란!

성별sex과 젠더gender를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두 단어의 의미를 엄연히 다르다. 성별이라는 용어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에 근거한 분류를 일컫는 개념이다. 생물학적 성별은 사람의 염색체에 좌우되며 생식기관과 호르몬으로 표현된다. 반면 젠더는 사회 행위자들이 구성한 분류로, 보통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과장한다. 젠더구분은 생물학적 차이를 만들어 내고 과장하는 사회적 과정을 일컫는다. p.22-23요약

젠더 구분에 대하여 책에 나와있는 의상구분의 사실은 좀 의미가 있다.

유아복제조업체는 여야용 디자인과 남아용 디자인을 다르게 내놓고 광고한다. 하지만 20세기 초까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옷은 보통 흰색으로 비슷했다. 미국인들이 처음 유아복을 색으로 구분하기 시작했을 때 여자아이에게는 파란색 옷을, 남자아이에게는 분홍색 옷을 입혔다. 1950년이 되어서야 이런 관행이 역전되어 파란색은 남자를, 분홍색은 여자를 상징하게 되었다. -p24

 

선진국일수록 성차이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선진국일수록 남녀성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나조차도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성별이 특정 업무에 편중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는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산업화가 이루어진 나라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인것이다.

요컨대 사회는 어떤 활동이 한쪽 성별에 적합하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방식으로 노동을 젠더화한다. 이런 꼬리표는 업무 할당에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업무를 누가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용주와 노동자의 기대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어떤 사회나 시대에도 언 성별이 특정한 일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고정불변의 법칙같은 것은 없다.-p33

성별에 따른 업무의 편차를 생물학적인 원인으로만 평가한다면 힘의 논리에 의해서 여성의 노동력이 저평가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하지만 그것이 업무를 가르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아닌것 같지만 사실인 고용주가 조장하는 성차별

나 또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업무 일선에서 벌어지는 성별에 따른 업무 구분이 얼마나 부당한지에 대하여 많은 부분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다.

예전보다, 옛날보다는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용주의 시각과 편견에 의해 성에 따라 업무 구분이 나뉘고 있음을 매순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 근무할 때 일이 생각났다.

내가 근무하던 병원은 2차병원으로서 3차종합병원보다는 작고 의원급보다는 훨씬 큰 170병상이 있던 곳이었다. 병원장님의 비서는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사회복지사였지만 병원장님의 외근동행자였다.

나 혹은 내가 안될 경우 간호과장님이 병원장님의 외근에 동행해야 했다.

그때는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였고 나에게 병원장님은 너무 높으신 분이었기에 해야만 하는 일인 줄 알았다.

내 상급자였던 사회복지실장님이 중년의 남자셨지만 병원장님을 말리지 않으셨던 것을 보면 그도 그 업무에 동조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생각하면 괘씸하다.

사회복지관련 업무가 아닌곳에 가면서

스스로 "아니 사회복지사인 내가 왜 여기에 동행해야 하나?"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그 후 내가 하던 일을 총무실에 입사한 갓 전문대를 졸업한 누군가로 대체되었을때 나는 좋으면서도 안타까웠다.

"혼자 외근나가면 안되는거야?

꼭, 젊은 여성이 함께 다녀야 하는거야?"

월급쟁이의 비애란 고용주의 "까라면 까"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기에 뭐라 말하지 못하고 다니긴 했지만 지금생각해도 아직도 열받는다.

왜 그때는

"내 일이 아니라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는가?

책에서는 이런 고용주가 조장하는 성차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예화와 함께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뉴욕헤럴드>의 발행인은 신문사 사무실로 난입해서 "이 여자들은 누구야? 다 해고해버려!"라고 소리쳤다.

1977년 <뉴욕 타임스>가 성차별로 고소당했을때 발행인은 민간 회사가 어째서 "자기가 원하는데도 남자들을 측근으로 둘 수 없는지"질문했다. -p.99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결국 법을 제정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는 했다. 고용기회평등위원회가 조직이 되었으나 여전히 노동상의 성차별은 존재하였고 끊임없었고 제기되는 큰문제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자가 말이야. 여자들은. 여자니까. 여자라서. 여자냐?

사람은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생애의 전 과정에서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 어린 시절에 이뤄진 사회화의 탓으로 치부되는 노동환경은 어쩌면 사회적 통제라는 전 생애에 걸친 과정의 결과일 수 있다. -p.110

성별에 따라 승진이 달라진다. 첫째는 여성이 '유리천장'에 가로 막혀서 권력과 권한이 주어지는 지위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고, 둘째 측면은 여성은 일반적으로 권한이 주어지는 자리에 올랐을 때도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p.180

때로 우리는 과거의 사회적 가치가 오늘날에도 건재하며 영행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p.246

나는 여자다.

그런데 여자라서 어렸을 적 제사상앞에 절하지 못했다.(원래 그래야 한다고 한다. 원래가 뭘까?)

누나라서 장손인 남동생보다 못한 대접을 겪었다.

그리고 사회에서

여자니까 승진기회시에 누락이 된 경험을 겪었다.

어렸을땐 '원래'그렇다는 말로 이해를 강요당했고 사회에 나가서는 평탄한 직장생활을 위해서 '스스로 납득'을 강요했다.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런 사회에 머물고 있음을 결론에 밝히고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이런 차별적인 세상에서

내 딸아이가 차별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엄마인 내가

아빠인 내가

이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무엇을 어디에서 부터 고쳐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읽기를 지금 당장 실천하기를 바란다.

쉽고 재미있는 책은 분명 아니겠지만

유익한 책임에는 틀림없기에 별백만개를 주고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비록 미국에서의 현장을 주로 파악한 책이고, 한국에서의 노동현장을 파악한 책은 아닐지라도 우리 사회가 미국사회보다 더 나을 것은 없다고 여겨지기에 교본으로 삼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보면서 얼마전 봤던

#넷플릭스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나 덧붙여 본다.

드라마 #엘리어니스트 시즌 2 "어둠의 천사" 8회 마지막 장면

경찰관보에서 우리 같은 수사관 사진은

많이 보지 못할거에요

지금 우리 사무실은 전기로 불을 켜죠

그전엔 기름으로 만든 양초를 썼죠

고래기름 양초를 쓰던 남자는 이런건

상상도 못했을 거에요

여자라는 편견에 부딪히더라도

우린 수사관이라는 사실을 잊지마세요

치마를 입든 바지를 입든 우리 능력과는 상관없어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에요

가끔실패하더라도

거기에 발목잡혀서는 안돼요.

* 이 책은 글담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요컨대 사회는 어떤 활동이 한쪽 성별에 적합하다는 꼬리표를 붙이는 방식으로 노동을 젠더화한다. 이런 꼬리표는 업무 할당에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업무를 누가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용주와 노동자의 기대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어떤 사회나 시대에도 언 성별이 특정한 일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고정불변의 법칙같은 것은 없다. - P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수의 도시를 통해본 역사라니 넘 읽고싶어요! 얼른얼른 보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 세트 (전3권) (반양장) - 전체주의의 기원 + 인간의 조건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지음, 이진우.박미애.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한나 아렌트 정치시리즈가 묶어서 나오다니 넘 기대됩니다~!!! 그녀가 펼치는 사상의 깊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365일을 본 사람이라면 꼭 읽을 것!

영화 365일을 안 본 사람이라면 꼭꼭 읽을 것!

로맨스와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라면 꼭꼭꼭 읽을 것!

멀어졌던 로맨스, 설렘, 기대를 찾을 수 있는 책!

여성들이 꿈꾸는 사랑의 모든 클리셰가 몽땅 담긴 책!



사.랑.해.요 다산책방!

이런 책을 출간하다니~!




이 책 #365일 은 #마시모 와 그의 베이비 걸, #라우라 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마시모의 환상으로 시작한다.

원인도 알 수 없고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궁금함을 던져주며 시작한 스토리는 어느새 활자를 읽어가면 갈 수록 그 질문의 대답과는 상관 없이 그들의 사랑의 과정에 몰입하게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둘이 만났던 그곳.

이탈리아 시칠리아, 그 곳에서 벌어지는 우연한 만남은 사실 우연한 만남이 아닌 예정된 만남의 수순이 시작되는 한 순간이었을 뿐이다.



환상속에서 만난 그녀에게 이미 사랑에 빠진 마시모는 그녀를 가져야만 하는 집착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실제 성격과 그녀의 과거와 그녀의 배경과 상관없이 환상 속에서 느껴진 '그녀'자체가 주는 신비함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던 마시모,

라우라의 사랑을 얻기 위해 회유와 강압을 적절하게 배합하며 접근해 나가는 마시모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가 보여주는 사랑은 원색적이며 노골적이며 가식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외모와 권력과 재력,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그가 그렇게 간절하게 원할 수 밖에 없는 그 사랑에 몰입이 되면 그를 거부하는 라우라가 얄밉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하지만 그 둘의 사랑이야기는 로맨틱하기 그지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어 갈 뿐이다. 그 둘의 사랑이 이루어져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독자로서의 '나'는 그저 그 사랑이 변치 않게 이어져 나가기를 응원하며 또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열렬한 관객임을 인정하게 된다.



16일이야. 당신이 내 곁에 없던 시간.

그만큼 내게 빚진 거에요. 돈 마시모.

p.292. 라우라의 사랑이 담뿍 담긴 고백의 말

평생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평생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아야 한다면

이 둘이 만들어 나가는 이 사랑을 꿈꾸지 않을까?



내 전부를 주고 싶은 그 사랑

내 전부를 바쳐서라도 지켜내고 싶은 그 사랑

손 발이 오그라드는 밀어를 끊임없이 주고 받으면서도

부족함을 느낀는 그런 사랑

모든 사랑의 노래 가삿말을 가져다 붙여도 부족한 사랑



현실의 '내'가 비루해보이고 초라해보이는,

전혀 설레지 않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할지라도

이 책을 읽어가는 내내 '나'는 또 하나의 '마시모'와 '라우라'이며

사랑에 빠진 '마시모'와 '라우라'일 수 밖에 없다.

그 사랑에 동화되어 읽어가면

이 책은 더이상 책이 아닌 '나의 사랑'이야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적나라한 성적행위들을 표현해나가는 글귀들 덕에

손가락이 오그라들고 발가락이 오그라들고 얼굴이 빨개지며

나도 모르게 주변 눈치를 살피게 되는 배덕감 때문인지

로맨스가 아닌 스릴러를 읽는 듯한 짜릿함을 오지게 선사해주는 이 책 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행복했다.

그리고 이 책이 여기서 끝이라는 것에

'안돼. 이럴 수는 없어'라고 부정하며

얼른 #넷플릭스 를 틀어 동명의 영화를 찾아서 엔딩장면까지 확인해야했다.

그리고 결국 이 책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아~~~~~~~ 라며

절규하며 1권의 엔딩을 인정해야 했다.

다음 권 빨리 출간해주세요! PLZ



<또 다른 365일>로 이어집니다,(2021년 출간 예정)

아니... 지금 2월인뎁쇼???

12월에 출간되는건가요?

어떻게 기다리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권만 본 사람은 없다는 지금 시대의 대표 작가들의 글모음집!

내가 아는 그 이야기의 끝이 끝이 아니라면!

가슴시리도록 아팠던 이야기에 따뜻함 하나 추가!

?

아~! 그 이야기가 이 이야기였어?

듣고 보고 익히 알아왔던 이야기들의 다음이 궁금하다면

바로 읽을 것! 망설이지 않기.

?

무슨 이야기부터 써야 할지 고민이 된다.

이 책에 실린 총 9가지의 이야기들을 다 풀어내고 싶다가도 너무 다 풀어 놓으면 사서 읽고 싶은 독자가 없을 것 같다는 혼자만의 고민에 살짝 빠져본다. 출판사와 1도 관련이 없는 내가 이 책이 안팔릴까 그런 걸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

너무 재.미.있.다.

?

#우아한거짓말 _ 외전 [언니의 무게]

너무 가슴시리도록 아팠던 천지와 만지의 이야기에서 발전된 미라와 화연이 이야기를 읽어가며 아프지만 나아가고 있는 그네들의 삶의 순간순간들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좋겠다.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언니 같은."

"넌 내 동생이었으면 나한테 맞아 죽었어."

(중략)

"힘들지? 그래도 이겨내라, 꼭. 가자, 늦었다."

만지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화연도 일어나 고개 숙인 채 인사하고 그대로 자신의 집 쪽으로 걸어갔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기어이 뚝 떨어졌다.

p.29. 김려령 '언니의 무게' 중에서



?

?

#싱커 _ 스핀오프 [초보조사관 분투기]

?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질때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여겨질때도 나를 등떠미는 일들이 있고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이 이야기가 그렇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발견된 '아푸트'는 희망이었고 해피엔딩이었다. 이야기의 과정에서 겪었던 모든 고난과 역경과 힘듦은 발견된 '아푸트' 앞에서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게 인생, 인생이지. 뭐

?

"돌아가자, 아푸트"

이 이야기가 해피 엔딩이라는 건 생명 과학자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결말이었다.

(중략)

정후도 그리운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며 라비사와 함께 게임에 접속할 것이다.

p.64 배미주 '초보조사관 분투기' 중에서



?

?

#1945철원 #그여름의서울 _ 외전 [보통의 꿈]

?

미래의 독백 '링그에 오른다는 것은패배를 전제로 하는 일이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래도 지금껏 올랐다. 그게 리미래였다'로 끝을 맺는다. 그 사이에 말줄임표처럼 생략된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 은화와 은화엄마의 이야기이다. 바로 그네들이 겪어야만 했던 삶에서의 생존기이다. 생존하며 현실과 싸우며 버티며 순응하며 또 다른 삶으로의 진행을 꿈꾸게 하는 그 모습은 말 그대로 '보통'의 꿈이었다. 꼭 이루고 싶고, 이루어낼 것 같은 그런 꿈의 이야기이다.

?

미래는 그 모두가 어쩐지 눈에 익었다. 그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 것만 같았다. 눈을 돌리는 순간부터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어디서건, 얼마나 시간이 흐르건, 지금을 그리워하리라는 걸 알았다.

p.92 이현 '보통의 꿈' 중에서

?

?

#모두깜언 _ 외전[나는 농부 김광수다]

?

강화의 서정적인 풍경을 색감있게 그려낸 글 속에 담긴 아기자기한 이들의 이야기가 광수의 시선에서 그려지고 있다. 대학도, 고등학교도, 공부도 이들이 당장에 해내야할 일들이지만 그 누구가 강요하더라도 선택은 이들이 해야만 하는 것, 그것이 광수가 가진 농부의 꿈으로 대표된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지금의 이 시대, 선택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풍조와 달리 다른 누구 아닌 '나'의 선택이 가져오는 행복의 한폭을 그려 볼 수 있게 한다. 그려보자, 나의 선택을.

?

나는 논에서 내가 미처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만난다. 올해 볍씨 싹을 틔우면서 그 사이에 꿈틀거리는 하얀 싹을 처음 만났다. 작은 싹이 벼 한 포기를 품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p.142 김중미 '나는 농부 김광수다' 중에서




?

#아몬드 _ 외전 [상자 속의 남자]

?

성장소설, 그리고 성장이야기. 그가 성장하는 과정은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며 우리의 성장이야기이다.

'상자'더미 속에 살아가면서 '형'을 통해 생긴 기준점에 맞춰 그어놓은 삶의 기준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여기면서 늘 의구심을 품으며 혼돈의 상황에 빠지고 마는 '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형'에게도 '나'에게도 한발자국 내 딛을 수 있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건, '나'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며 '나'를 통해 이루어져 갈 이야기이다. 기대해본다.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제 시작되는 것임을.

?

'아몬드'의 외전은 '아몬드'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며 내면심리의 묘사에 뛰어는 '손원평' 작가님의 필력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 속에 발을 묻은 채 버티고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살아남은 방법이다. 내 삶의 기준대로, 형이 내게 남긴 교훈대로.

p.158 손원평 '상자 속의 남자' 중에서


?

?

#페인트 _ 외전 [모니터]

?

살아남고 양육받고 성장하고, 그리고 남은 것은 씁쓸한 현실. 현실은 지금도 이후에도 변함없음을 안다. 하지만 변화하는 가치는 있다. 분명. 그리고 '로운'은 변화할 뿐 아니라 앞서 나가는 '가치'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쓰럽고 안타깝지만 도울 수 있는 것은 그런 마음이 아니다. 단지, 응원과 격려 그리고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손내밀기 전에 손내미는 자보다 손이 필요하냐고 묻기보다 함께 있는 그런 이들이 되어보자!

그래도 로운이에게 칭찬도 하고 싶고 쓰담쓰담도 해주고 싶다.

수고했어. 오늘도.

?

NC출신이라면 이상하게 생각할 까봐 두려웠죠. 그런데 아이들은 서슴없이 옛날 일을 말하더라고요. 좋은 기억이나 특별한 순간들을 쉽게 털어놓잖아요. 그런과거라면 저도 있는데, 단순히 NC에서 생활했다는 이유로 그것들을 지워 버리긴 싫었어요.(중략)

저를 가장 괴롭히는 존재가 누군지 아세요?

(중략)바로 저 자신이었어요. 스스로 소중한 과거를 지워버리려 했으니까. 남들이 뭐라 하든 뭐라 비웃든, 적어도 저만큼은 저를 인정해 줘야 하잖아요.

p.198 이희영 '모니터' 중에서



?

?

?

#버드스트라이커 _ 외전 [초원조의 아이에게]

?

'당신은 언젠가 나 대신 다른 사람을 구할 테니까요'

그에게 각인된 이 문장은 꼭 그 상황이 아니어도 그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미가 부여되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생명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

"환영한다"

이시아가 예언처럼 남겼던 도움이라는 것은 이 아이의 탄생으로써 비로소 마무리가 되었음을, 글고 그 마무리 또한 새로운 시작의 일부에 불과함을 인식하며 그는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너를 부를 말은......."

p.239 구병모 '초원조의 아이에게' 중에서



?

#유원 _ 외전 [서브]

?

때로는 누군가의 삶을 함께 짊어진다는 것이 기쁘기보다 안쓰러울 때가 있다. 모른척하기에는 그 삶이 애처로워 견딜수가 없을때가 있다. 인하의 삶이 그렇고 상인의 삶이 그렇다. 부모님의 무신경함과 부주의함이 그들의 삶을 짓누르는 모습에서 내 주변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오독오독 뼛속에 각인되는 말들은 생판 모르는 낯선사람에게서 들려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믿었던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는 것이니까. 그래서 인하와 상인의 결심에 무엇보다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다. 정말 잘했다. 잘 생각했어.

?

엄마와 아빠는 이제 인하에게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인하의 유니폼을 입고 김장을 하는 엄마의 무신경함이나, 인하의 축구화를 신고 조기 축구회에 나가는 아빠의 부주의함을 볼때 상인은 마음이 엉키는 것 같았다. 정작 인하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딸내미 발이 커서 축구화가 자기 발에 딱 맞다고 좋아하는 아빠 얼굴을 볼 때도, 여전히 짧은 머리를 유지하는 인하에게 언니만큼 머리를 기르라고, 운동했던 티를 내지 말라고 말하는 엄마에게도.

p.262 백온유 '서브' 중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꽃밭같기도 하고 꽃집같기도 한 이 소설집의 이야기 한편 한편 읽어나갈 때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날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살아있는 캐릭터들과 촘촘하게 짜여있는 이야기가 이런 외전을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새롭고 즐거웠다. 그래도 아쉬운 건 작가님들의 이야기가 끝이 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 마음과 내 생각속에서 이야기들을 이어나가야 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책덕후, 문학덕후, 소설덕후, 창비덕후 들을 위한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작가님들의 책을 읽어본적 없어도 들어본 적 없어도 누구나 읽으면 이야기속의 등장인물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며 스토리텔러로서의 작가들의 능력을 맛보아 알게 될 것이다.

?

* 이 책은 창비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정식발간은 2월 15일에 된다고 합니다! 강추@!

?

#두번째엔딩 #창비사전서평단 #아몬드 #소설추천 #베스트셀러외전 #한국소설추천 #신간추천 #창비신간 #재미있는소설 #꼭읽어봐야할소설 #독후감 #독서리뷰 #책리뷰 #서평단 #책서평 #서평이벤트 #리뷰 #소설리뷰 #외전모음 #소설외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